아는 지인과 함께 평창동에 있는 김종영 미술관에 다녀왔다.
현재 김승영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절망하는 한 인간의 고뇌가 느껴졌다. 쓰러지는 그를 부축해 다시 일으켜세우는 건 구원의 손길이고. 절망으로 고통받는 한 인간에게 구원의 손길이란 가뭄의 단비같은 것이리라. 니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작품 앞 벽면에 다음과 같은 영상이 있었다.
뭔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지만 심플한 작품에서 한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삶을 함께 하며 열정적인 젊음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다 타버린 나무 의자가 된 어느 노인네 커플의 모습. 그들은 오랜 걸음을 멈추고 저 나무의자에 안락히 걸터 앉아 살아가고 있으리라.
저 의자 앞에 놓인 저 검은 길은 그들이 함께 한 삶의 여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짝을 내 인생에서 만날 수 있을까. 서로 희끗한 그 샌 머리를 쓸어올려 주는 게 일상이 되는 사람말이다.
지켜볼 일이다.
난 저 김종영 작가의 돌들과 나무들을 보면서 작가가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과연 현재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어떠하냐고.
오죽 평소에 우리가 돌과 나무들을 인지하고 살지 않았으면 저렇게 돌덩이들과 나무들이 작품으로 승화되어 전시되고 있냔 말이다. 그렇게 이 도시문명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의 단절된 모습이 느껴지며 소외된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니 안타까웠다.
그 둘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까. 난 희망이.없다고 봤다. 인간 문명은 자연을 계속 파괴할 것이며 자연은 계속 신음 할 것이며 그 결과는 처참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 문명은 공룡이 멸종하듯 그렇게 처참히 파괴되고 우리는 초기 원시사회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모를일이다. 정말 모를 일이다.
김종영의 마지막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그래도 우리에겐 작으나마 희망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인간의 얼굴이라.
이 모습은 태초에 신이 인간을 만들 때의 그 모습과 가장 유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인과 치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의 세계와 그 외 신변잡기적 얘기들...
이 치킨을 보며 과연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
공장처럼 닭을 키우는 어느 이름 모를 거대한 농장에서 수많은 화약 약품을 먹으며 자란 것이겠지.
하지만 엄청 맛은 있었다.
그렇게 하나 하나 따지며 이 자본으로 찌든 문명사회를 살아가긴 힘들것이다.
H&M 의 싼 옷들을 보며 방글라데시같은 제 3국 어린이들의 노동이 싼 값으로 착취당하는 걸 느껴야하고,
집에서 음식만들며 비닐 장갑을 쓰다가 휴지통에 버리면서 이 비닐이 수백년동안 썩지 않을 골칫덩이가 됨을 인지해야 하고.
그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아름다운 카페 바깥으로 큰 목련나무가 눈에 보였다.
한 겨울 꽃망울을 감추고 세달이라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마침내 찬란한 봄이 오면 꽃망울을 터트리고 그 꽃을 피우겠지.
그 목련꽃을 보러 봄에 다시 한번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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