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oem 8

허수경 -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먕초의 스림,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대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 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당신이라는 말 ..

Today's Poem 2024.12.17

샤를 보들레르 - 우울 ( 악의 꽃 中 우울과 이상 78)

낮고 무거운 하늘이 뚜껑처럼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정신을 억누르고, 지평선의 둥근 테를 빈틈없이 조이며 밤보다 더 음침한 검은 햇빛을 우리에게 쏟을 때,   지상이 습기 찬 토굴로 바뀌어, 희망이, 한 마리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담벼락을 치고 썩은 천장에 대가리를 박으며 날아갈 때,   비가 그 거대한 빗줄기들을 펼쳐 광대한 감옥의 창살을 흉내내고, 더러운 거미의 말없는 무리가 들어와 우리의 뇌수 안쪽에 그물을 칠 때,  갑자기 종들이 맹렬하게 뛰쳐나와 하늘을 향해 무서운 아우성을 내지른다. 고집스럽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조국도 없이 떠도는 망령들처럼  -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 행렬이 내 넋 속에 느릿느릿 줄지어 가고, 희망은 꺽이어 눈물 흘리고, 잔인하고 횡포한 고뇌가 수그러진 ..

Today's Poem 2024.12.15

안톤 슈낙 Anton Schnack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初秋의 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은 끊어져 거의 일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어느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문자를 발견할 때,  거기에 쓰여 있되 ‘이이세여, 너를 사랑하노라’ 라는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글귀를 읽을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를 읽을 때, 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씌어 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했던가?" 대체 나의 소..

Today's Poem 2024.12.15

샤를 보들레르 - 우울 (악의 꽃 中 우울과 이상 77장)

나는 비 오는 나라의 임금과 같구나. 부유하지만 무력하고, 젊으면서도 늙어빠진 왕. 스승들의 아첨을 거들떠보지 않고, 개에도 다른 짐승에도 싫증을 낸다. 어느 것도 그를 즐겁게 할 수 없다. 사냥감도, 매도, 발코니 앞에서 죽어가는 백성들도. 총애하는 어릿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발라드가 이 잔인한 환자의 이맛살 펴주지 못하니, 백합꽃 무늬 새겨진 그의 침대는 무덤으로 바뀌고, 군주라면 모두 미남으로 보이는 치장 담당 시녀들도 이 젊은 해골에게서 미소 한 자락 끌어낼 음란한 차림새를 더는 찾아내지 못한다. 그에게 황금을 만들어주는 학자가 그의 존재에서 썩은 독소 뽑아낼 수 없었으며, 권력자들이 늙은 날에 다시 떠올리는, 저 로마인들에게서 전해진 피의 목욕으로도, 그는 피 대신 레테의 푸른 강물이 흐르는 이 마..

Today's Poem 2024.12.13

참된 단식

목청껏 소리쳐라. 망설이지 마라.나팔처럼 네 목소리를 높여라.내 백성에게 그들의 악생을,야곱 집안에 그들의 죄악을 알려라. 그들은 마치 정의를 실천하고자기 하느님의 공정을 져버리지 않는민족인 양날마다 나를 찾으며나의 길 알기를 갈망한다.그들은 나에게 의로운 법규들을 물으며하느님께 가까이 있기를 갈망한다. "저희가 단식하는데 왜 보아 주지 않으십니까?저희가 고행하는데 왜 알아주지 않으십니까?" 보라, 너희는 너희 단식일에 제 일만 찾고너희 일꾼들을 다그친다 보라,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못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저 높은 곳에 너희 목소리를 들리게 하려거든지금처럼 단식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단식이냐?사람이 고행한다는 날이 이러하냐?제 머리를 골풀처럼 숙이고자루옷과 먼지를 깔고 눕..

Today's Poem 2024.11.30

나란 누구인가? 이옥수, 화광수, Oaksoolee?

저란 사람의 이름은 세개에요.이옥수, 화광수, Oaksoolee 먼저 이옥수의 뜻을 알려드릴께요.한자로는 李玉修이구요Polishing jade under Chosun dynasty란 뜻인데아버지 말씀이 조선이 안망했으면제가 왕족이었대요.무슨 문제가 있으면 '감히'를 외치는제 밑도 끝도 없는 교만함과 자존심의 근원이진짜 이것 때문일까요.암튼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이화 =오얏나무(살구나무)아래서옥을 닦다란 뜻이랍니다. 옥을 닦으라는 건내 내면의 마음을 순간 순간 붙들어평생 마음 공부하고 갈고 닦으란 얘긴데아녀자의 이름치곤 너무 심하지 않나요.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이 이름 때문에 제 삶에 그토록 많은 굴곡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마음 공부하다보면 영혼도 점점 맑고 투명해지고치유와 구원의 손길도다다르게 ..

Today's Poem 2024.11.27

비 오는 나라의 왕관을 쓴 왕자

상/승                                                 샤를 보들레르 못을 넘어,  골짜기를 넘어,산을, 숲을, 구름을, 바다를 넘어,태양을 지나, 에테르를 지나,별 박힌 천구의 경계를 지나, 내 정신아, 너는 날렵하게 움직여,물결 속에서 넋을 잃은 수영선수처럼형언할 수 없고 씩씩한 기쁨에 겨워그윽한 무한대를 쾌활하게 누빈다. 이 병든 장기에서 멀리 날아가,드높은 대기 속에서 너를 맑게 씻고,청명한 공간을 가득 채운 저 밝은 불을순결하고 신성한 술처럼 마셔라. 안개 낀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권태와 망망한 근심 걱정에 등돌리고복되도다, 빛나고 청명한 벌판을 향해힘찬 날개로 날아갈 수 있는 자, 생각이 종달새처럼, 하늘을 향해아침마다 자유 비상을 하는 자,- 삶 위로 날며..

Today's Poem 20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