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Letter 19

밀정 : 김우진의 세계관 2024/10/22 07:02:31

지철님, 밤잠을 설치다가 세벽에 또 깼어요. 요즘 도통 잠을 잘 못자네. 왜 그러지. 모든 정신 질환의 증상은 불면증으로 시작한다는데. 또 예전처럼 약을 다시 먹어야 하나. 신경이 편안하지만은 않고 좀 날카롭네요. 몇년 전 봤던 영화 밀정을 얼마전 다시 꺼내들었어요. 그 영화에서 지철님의 모습이 어땠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 친애하고 존경하는 김우진 동지 당신의 세계는 참으로 단순하더이다. 조국의 독립 오직 그것밖에 머리속에 없었던거요?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던 큰 눈망울을 가진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여인 연계순 동지와 알콩달콩 좀 연애하면서독립 운동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오? 사진관에서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던 당신의 주춤거리는 듯한 허리춤이 이 새벽에 떠올라 내 답답해서 그러오.자신의 삶을 다 포..

Today's Letter 2024.12.19

건빵 선생과 별사탕 - 태인이와 보리선생의 사랑 2024/10/20 06:30:34

어제 말씀 드린 Arvo part의 거울속의 거울이란 음악을 들으며 오늘 새벽을 열고 있어요. 어제도 아는 지인의 딸 분의 결혼식을 참석한 거 외엔 하루종일 이 음악을 들으며 보낸 것 같아요.따뜻한 온기가 두 눈에 느껴진느 열나는 안대를 끼고 소파에 누워 컴컴한 어둠속에서 이 음악을 듣는데마치 엄마의 어둡고 안온한 자궁속에 웅크리고서 저 위에서 들리는 반복되며 들리는 엄마의 심장 소리를온몸으로 느끼며 듣고 있는 아기의 기분이었어요. 그 단순한 리듬에 맞춰 엄마의 양수가 바다의 은은한 밀물과 썰물처럼 조금씩 내게 다가왔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흔들리는 저를 쓰다듬으면서요. 매우 편안한 기분이었지만 제 두개골 밑에 뒷 목덜미부터 등줄기에 이어 심장의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딱딱하고 긴장된 굳은 무언가가 팽팽하게 ..

Today's Letter 2024.12.18

와 지철님 홍대에 오신다구요? 2024/10/21 15:38:38

홍대면 우리집에서 가까운데? 시간도 퇴근 후면 갈 수 있는데? 진짜 아무나 가도 되는거에요? 지철님을 드디어 실물 영접하는건가요. 이렇게 현실에서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니. 꿈 아닌거죠. 너무 떨려요~ p.s. 팬분들~제가 기사 퍼나르는 걸 몰라서 위 사진만 갖고 왔어요. 어서 검색해보세요~빨리 빨리 ㅎㅎㅎ

Today's Letter 2024.12.18

Arvo part와 lullaby: 그 치유의 정서 2024/10/19 06:33:11

지철님 어제 지철님께 편지를 쓰고밥 먹고 나서 소파에서 쉬는데 우연히 한강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했어요. 어제 나를 시로 잠시 위로해준 그녀는 무슨 음악을 들을까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한강 - playlist   그녀가 들으며 작품을 쓴다고 해서 추천해준 음악들을 쫙 듣는데 다 그닥 내 감성에 닿지 않아 의외였는데 다음의 두개는 오늘의 발견이에요.  Arvo part - Spiegel im spiegel, Duo cassado   Arvo part의 Spiegel im spiegel(거울 속의 거울)이란 노래에요.지금도 편지를 쓰면서 듣고 있는데오래 전 잠시 살았던 동유럽의 숲의 풍경이 떠올라요.해외에 살면서 끊임없이 요동쳤던 나의 내면과는 달리 그 바깥의 풍경은 어찌나 고요하고 잔잔했던지.   조동..

Today's Letter 2024.12.17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024/10/18 19:46:25

하루가 끝나면/ 서랍에 저녁을 넣어둔다/ 저녁이 식기 전에/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은 서랍안에서/ 식어가고 있지만/나는 퇴근을 한다/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은/ 아직도 따뜻하다/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이 식기 전에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퇴근을 하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을 꺼내면/ 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나는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퇴근했어요.오는 길에 지철님 유투브 영상이나 볼까 하다가최근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한강의 감성과 정서는 어떤것일지 호기심이 생겨그녀의 옛날 시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평범하네요.저와 크게 다를 것이..

Today's Letter 2024.12.17

잠겨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024/10/18 04:42:15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낮은 곳이라면 지상의그 어느 곳이라도 좋다.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만 있다면한 방울도 헛되이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너를 위해 나를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너의 존재마저 너에게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잠겨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 오라. - 낮은 곳으로 / 이정하  이 새벽 잠에 깨서 우연히 발견한 시인데요.마지막 구절이 왠지 마음에 들어서요.젊을 적 끌렸던 상대를 향한 나의 끊임없는 구애의 노력도 생각이 나고.왜 그렇게 그의 영혼과의 합일을 원했는지. 한때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면서관계에서 정신적 합일을 원한다고 했더니그 남자의사가 비웃더라구요.그런 일은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일어날 수 없다고. ㅎㅎ   길..

Today's Letter 2024.12.16

지철님 안녕? 2024/10/16 20:04:16

오랫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빙금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샤워하고 사과 한 알 먹으며 소파에 앉아지철님께 편지 쓰고 있어요.정확히는 비스듬히 누워있단 표현이 맞겠네요. 수요일이 제일 피곤한 것 같아요. 어휴 이번 주는 시간이 진짜 천천히 가는 것 같네.왜 그럴까요? 저번 토용ㄹ에 하루종일 도깨비 16부 전부 보고 밤새서 일요일 새벽까지 정주행했는데 그래서 피곤해서 그런걸까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했는지 궁금해서. 저도 한번 꽂히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한번 뺀 칼 끝을 보고 싶어서. ㅎㅎ 저도 이제 대중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거 외면하지 않고 사람들 보폭에 맞게 살아야지~ 아무튼 밤새는 건 조심해야 겠어요. 나이도 있고. 이젠 절대 무리하면 안될 나이라니까요..

Today's Letter 2024.12.14

남과 여, 상민과 기홍의 사랑 2024/10/13 18:01:55

방금 지철님의 2016년작 영화 남과 여를 보았습니다. 상민과 기홍은 결국 이어지지는 않았네요. 저는 처음 핀란드에서 아들을 캠프로 데려가는 상민의 얼굴을 보면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전도연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전도연의 담배피는 일상적이고 평면적인 얼굴은 영화 장면장면이 지극히 우리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상의 이야기처럼 흡인력을 주는 힘이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지독히도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상민의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처음부터 상민의 세계속으로 빠져들어가 상민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게 된 것이죠. 제가 같은 여자여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상민과 기홍은 유독 영화에서 잠이 드는 모습이 많네요. 상민이 핀란드 오두막에서 벽에 기대 잠드는 것도 그렇고 기홍이 상민을 따라 기차타고 가다가 잠드는 것..

Today's Letter 2024.12.12

도깨비 김신과 은탁이의 사랑 2024/10/13 08:04:37

방금 도깨비 김신의 세계에서 하루 동안의 여정을 끝내고 현실로 연착륙...그의 우주라는 것이 제목 그대로 너무도 쓸쓸하고 찬란하더이다. 밤 새워봐서 졸리긴 한데 이 새벽 가슴이 아직도 먹먹. 900년을 넘게 산 도깨비와 고등학교 소녀의 사랑 얘기라니. 와 진짜 너무 처절하게 슬프던데. 맘 아파 혼났고 많이 울었어요. 김신과 은탁이의 두 우주가 만났는데서로의 은하수가 그렇게 깊이 스치고 지났는데그 사이에서 꽃핀 사랑은 왜 이토록 고통이어야 하는지. 오랜 기다림이어야 하는지. 삶에서 삶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뭔지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였어요. 환생을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사랑이 아주 설득력있게 다가오더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난듯 하지만은탁이는 또 다시 죽어야 할 거고신이는 또 오랜 세월 신부를 기다려야 할거고..

Today's Letter 20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