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of Western Civilization/Greek Mythology

헤라 - 결혼과 가정의 신/ 행적과 특징

이옥수2024 2024. 12. 17. 20:36

라틴표기 - 헤라

로마신화 - 유노 Juno

수메르신화 - 닌릴 Ninlil

이집트신화 - 무트 또는 하토르

에트루리아신화 - 우니Uni

북유럽신화 - 프리그 Frigg

페니키아신화 - 샬라 또는 이샬라

조로아스터교 - 아르마이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하늘의 이자 주신인 제우스의 아내이자 막내 누나이다.신들의 여왕으로 모든 여신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다. 상징 동물은 암소와 암사자, 공작. 상징 식물은 결혼식 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서 선물받은 황금 사과나무, 석류나무, 양귀비였다. 홀과 왕관은 제우스와 더불어 헤라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자주 '파테라'라는 술 담는 접시를 들고 있기도 한데 '코르누코피아'처럼 손님 대접을 할만한 여유와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문서의 대표 이미지의 헤라상이 왕관을 두르고 오른손엔 홀이, 왼손엔 파테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6남매 중 셋째.


가정, 가정 윤리, 혼인을 보호하는 여신으로, 로마에서는 유노(주노)와 동일시했다. 이 때문에 6월의 신부는 6월의 수호신 유노=헤라의 가호를 받아 행복한 신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이름인 헤라(hera)는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Heroes'의 여성형으로, '여주인' 혹은 '여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올림포스 신화가 자라잡기 이전부터 모신(母神)으로 숭배받고 있었던 여신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다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이름인 '헤라'는 그리스어 혹은 인도-유럽어에 속하지 않은 고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모스 섬과 아르고스에는 기원전 8세기경에 지어진 그녀를 숭배하기 위한 신전이 있는데, 이 신전은 그리스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 행적

 

가정, 그리고 가정의 근본이 되는 혼인 서약을 수호하는 신으로, 주된 역할은 혼인 서약을 지키는 이들을 수호하고 서약을 어긴 불륜범을 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화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본인의 남편이자 희대의 불륜남 제우스의 내연녀+사생아들을 찾아가서 괴롭히는 일인데, 아무래도 그 수가 한 둘이 아닌지라(…) 신화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여신 중 한 명이다. 특히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칼리스토와 그녀의 아들 아르카스)나 암소가 된 이오, 헤라클레스, 레토 아폴론-아르테미스 남매 출산기, 디오뉘소스의 불우했던 유년기 등 관련 신화에서 악역을 맡고 있으며 이런 신화들 때문에 질투와 분노의 화신처럼 비춰진다.

기존 신과 새로운 신의 갈등을 상징화한 것이 투기심이라는 설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도리아인, 레토와 아폴론 & 아르테미스는 소아시아의 신, 디오뉘소스는 동방의 밀교, 그리고 이오는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 헤라가 안 건드린 다나에 페르세우스는 이오니아인이었으리라 추정된다. 어떤 설로는 제우스의 바람기가 사실, 불륜 관계와 사생아를 덮기 위해 제우스의 이름을 대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처럼 헤라의 질투는 불륜에 분노한 아내와 남편이 자신의 아내나 남편과 바람을 피운 상대방을 직접 해코지하거나 헤라의 신전에 살인 청부를 한 것을 '헤라의 질투'라고 불러서 그랬다는 설도 았다.

그런데 헤라의 입장에서 내연녀와 사생아는 자신의 분야인 가정 수호를 파괴한 증거물이다. 좋게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내연녀와 사생아를 내버려 둔다는 건 가정 파괴를 묵인한다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헤라 입장에서는 가정 수호의 여신으로서 괴롭힐 수 있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한편, 고대 그리스 시절 아내의 투기는 부도덕한 것이었고, 더 나아가 당시 남성이 매춘부와 여색에 빠지는 것은 당연시되던 시절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아내로서의 헤라가 남편인 제우스에게 대놓고 내연녀와 사생아에 대해 따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엄연한 여왕인 헤라가 내연녀와 사생아를 내버려두는 건 자신의 관할인 가정 수호에 대해 직무유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즉, 헤라는 엄연히 결혼과 가정의 신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제우스도 자기 내연녀와 사생아를 몰래 몰래 도와줘도, 내연녀와 사생아를 괴롭히는 헤라를 직접적으로 막아서거나 비난한 적은 없었다.

물론 나란히 누워 있던 아기 헤라클레스와 아기 이피클레스 중 누가 헤라클레스인지 구분할 수 없자, 같은 날 태어나 옆에 누웠을 뿐인 이피클레스도 뱀 둘을 시켜 죽이려고 계획 한 걸 보면, 헤라도 무조건 좋은 성격은 아니다. 게다가 제우스에게 강간당한 여성도 개의치 않고 괴롭히는 거 보면 무조건 제우스의 탓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결국 지속적으로 헤라클레스를 괴롭힌 대가로 제우스에 의해 족쇄를 차고 공중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았다.

제우스가 여자들을 덮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다가올 기간토마키아를 대비해서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바람을 피우지 않아 영웅의 출현도 없었다면 올림포스 신들은 기간테스에게 전멸당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수호신인 헤라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바람피는 게 제우스의 의무고 분야듯, 헤라가 바람피우는 남편 갈구는 것도 의무이자 분야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서로 상극인 분야를 주관하는 두 신이 애초에 결혼을 잘못한 셈.

최대 영웅 헤라클레스로 기간토마키아를 극복한 이후엔 제우스가 바람피웠다는 일화가 없는 것을 보면 헤라에게 충실하며 지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헤라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헤라를 꼬드겨 결혼한 제우스를 생각하면 행동이 이해가 된다.

칼리스토 사건은 마치 장기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헤라와 제우스가 서로 장군멍군을 때렸다. 헤라가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버리자 제우스는 곰이 된 칼리스토와 그녀의 아들 아르카스를 그대로 하늘에 올려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로 만들어줬다. 이에 헤라는 바다로 가서 자기 양부모인 오케아노스 & 테튀스에게 부탁해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바다에 못 들어오게 막았다. 그러나 칼리스토와 아르카스 모자는 피해자였기에 결과적으로 병림픽이었고 제우스와 헤라 그리고 저거를 도와준 오케아노스와 테튀스 부부도 매우 욕을 먹는 편이다.

헤라의 병림픽은 칼리스토 사건만으로 끝나지 않는데, 트로이 전쟁 당시 아킬레우스가 강의 신 스카만드로스를 모욕한 일로 스카만드로스가 분노해 아킬레우스를 죽이려 하자, 헤파이스토스를 보내어 강을 불태워 보복을 가하고 강의 신이 트로이를 돕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하고 나서야 돌아갔다. 신으로서 본인이 당한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복에 대해 방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협박까지 한 셈. 

아폴론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임신하자, 레토가 제우스의 자식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땅에서는 절대 출산할 수 없다며 레토에게 출산할 장소를 제공하는 나라와 땅의 주인이 있거든 보복을 가할 것이라며 저주하고, 퓌톤이라는 수컷 왕뱀을 보내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레토는 10개월이 넘도록 아이를 밸 정도로 난산을 겪고 아이를 낳은 곳을 찾아 고생했으며, 다행히 델로스 섬이 헤라의 저주를 받을 것을 각오하며 퓌톤과 헤라의 눈길을 피해 여기에 와서 출산을 하라고 권했고, 동시에 제우스의 형님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보호를 받아 우여곡절 끝에 출산했다. 그리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어머니 레토와 함께 그리스 각지를 떠도는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 제우스에게 자식으로 거둬들여져 각각 해와 달을 주관하는 신의 자리에 올라 자신들을 낳기 위해 고생한 어머니 레토를 위해 뭐든 다 하는 효자 신, 효녀 여신이 되니 레토의 입장에서는 고생 끝에 낙이 온 경우다.

또다른 제우스의 서자 디오뉘소스의 어머니 세멜레는 헤라가 세멜레의 유모 베로에로 변장하고, 세멜레에게 제우스가 진짜 사랑하는지 보고 싶으면 번개로 무장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시킨 걸 그대로 제우스에게 말해 번개에 타죽어 사망했다. 이렇게 아폴론, 아르테미스, 디오뉘소스는 헤라로 인해 각각 친어머니인 레토와 세멜레가 박해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불운을 겪었지만,  헤라에게 원한을 품으며 대항하거나 복수하려던 적은 없었다. 애초에 헤라는 올림포스 12신에서도 강력한 축에 드는 여신으로, 3주신을 제외하면 헤라에게 대항할 수 있는 신은 그리스 신화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의외로 전처 메티스의 딸 아테나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 이전의 정실부인인 메티스의 유일한 자식인데다 권위와 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헤르메스 또한 제우스의 사생아이면서도 헤라에게 총애를 많이 받았다. 헤르메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낮잠을 자는 헤라의 침소에 들어가 아레스인 척하며 헤라의 젖을 먹었고, 잠에서 깬 헤라도 품에 파고든 헤르메스를 보고는 귀여워하며 마음을 풀어, 이후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도 계속 예뻐했다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페르세포네 역시 보복했다는 이야기는 없는데, 페르세포네는 친언니이자 같은 주 12신 데메테르의 딸이기도 하고, 신통기의 서술된 순서로 따지면 데메테르는 헤라보다 먼저 제우스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페르세포네는 혈통만 따지면 적장자녀인 아테나, 헤파이토스, 아레스에 밀리지 않는 고귀한 혈통으로 충분히 12신 반열에 오를 수 있고, 데메테르가 갖고 있는 힘을 생각하면 페르세포네를 건드렸다가 데메테르의 분노를 사 대지가 전멸하면 자신한테도 큰 피해가 오니 건들 수 없다. 그리고 하데스와 결혼 후에는 제우스조자 함부로 건들 수 없는 명계의 여왕이 되었으니 헤라가 보복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와 그녀의 딸들인 무사이들도 해코지당했다는 언급이 없다. 이는 페르세포네와 마찬가지로 헤라와 결혼 이전에 일이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처럼 사냥을 주관하는 여신이자 아르테미스의 어머니 레토와 마찬가지로 크레타 섬의 님프 카르메와 제우스 사이에 불륜을 통해서 낳은 브리토마르티스의 경우, 배다른 언니이자 비슷한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아르테미스의 모친인 레토와 달리 브리토마르티스와 자신의 어머니 카르메가 아버지의 본처 헤라로부터 괴롭힘이나 보복을 받은 전승이 하나도 없다. 단, 브리토마르티스는 헤라에게 보복당하지 않은 대신 이복언니 아르테미스에 의해 구출되어 여신이 되기 전 소녀 시절 크레타 왕 미노스로부터 왕후가 되어 자신의 순결을 미노스한테 바치라는 강요를 당한 적이 있었다.

사실 사생아 박해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반례는 많은 편인데 반신 중에선 페르세우스와 브리토마르티스, 탄탈로스, 헬레네, 디오스쿠로이,미노스와 라다만티스 형제, 사르페돈 등 다수가 눈총을 피해갔다. 또한 상술한 아테나처럼 헤라는 자기가 제우스랑 결혼하기 전에 제우스가 만난 여자들과 이를 통해 태어난 사생아들은 건들지 않았고, 아들이자 전쟁의 신인 아레스가 외도를 통해서 낳은 오이노마오스, 알킵페, 로물루스, 포보스, 데이모스 등 아레스의 혼외자식들도 자신에게는 손자, 손녀가 된다는 이유로 크게 보복하지 않았으며, 오이노마오스와 알킵페, 로물루스의 어머니였던 하르피나와 아글라우로스, 레아 실비아도 시어머니였던 헤라의 보복와 저주를 받지 않았다.

헤라의 이러한 행적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들과 영웅들을 묘사할 때, 당시의 관념으로는 고귀함을 나타내는 제우스의 혈통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신들이나 영웅들이 겪을 고난으로는 제우스의 정실 헤라가 내리는 시련만큼이나 개연성 있는 설정도 없다. 게다가 제우스보다 파워가 아래에 있을 뿐이지, 제우스의 자식들 입장에서는 끝내주게 강력한 시련임에도 틀림없고. 따라서 많은 에피소드에서 헤라는 시련을 내리는 주체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에피소드에서 제우스의 불륜만으로 시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가 아닌 로마 신화지만, 아이네이아스에게 '난 트로이가 싫고 카르타고가 좋다.'며 시련을 내렸다.

 

□ 특징
칭호가 신들의 여왕, 최고의 여신이고, 국가와 사회의 근간인 가정을 수호하는 여신이기 때문에 널리 숭배받았다. 외도질 안 하는 착한 가정에게는 실로 든든하고 믿음직한 수호신이며 서로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들도 헤라의 후원과 도움을 받는다. 특히 케윅스와 알퀴오네 부부의 에피소드에서는 헤라가 완벽한 선역이자 자애롭고 자비로운 조력자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정작 헤라의 가정은 화목은 커녕 바람 잘 날이 없는 콩가루집안(…)이다. 제우스의 바람끼는 뭐 너무 유명하니 제외하고서라도 아무튼 만나면 시종일관 다투며 빈정거리는 사이이다. 친아들인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에게 미움 받고 집안에서 겉도는 신세이며, 자식들에겐 관대한 제우스가 아레스만큼은 싫어하는 이유라는 게 '엄마 닮아서'이다.(일리아스 5,890ff) 특히 헤파이스토스와의 관계는 더 가관인데, 겉으론 헤파이스토스가 고분고분하지만 사실은 "개의 낯짝을 한 내 어미"라고 뒷담할 정도로 헤라를 극혐한다.(일리아스 18,396) 정작 의붓딸인 아테나는 헤라와 사이가 좋다.

헤라는 또한 소녀(파이스), 성인(텔레이아), 과부(체라)라는 3단계로 나뉘어 여성 일생의 중요한 단계를 각각 상징하기도 하며, 상징하는 동물은 (하얀) 공작이다. 소는 보통 대지,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헤라의 동물 중 소가 있으니 그 권세나 위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뻐꾸기, 디아뎀과 셉터, 백합꽃을 상징으로 삼았다.

전투적인 측면은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 굉장히 강력한 여신이다. 신들의 여왕이라 자언하는 것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으며, 제우스가 모든 신보다 강한 것처럼 여신 중에서는 최고로 강하며, 최고신의 아내인 만큼 그 제우스에게 대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 예시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성깔 더럽기로 유명한 아르테미스가 헤라한테 두들겨 맞고 제우스에게 가서 하소연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장하는 것 없이 딱 아래의 분위기다.
아르테미스: 으앙! 아빠.
제우스: 사랑하는 딸아. 왜 이렇게 울면서 오니?
아르테미스: 훌쩍훌쩍, 헤라 여신님이 때렸어요. 야단 좀 쳐줘요.
제우스: 하... 이거 참.. 난감하네...? 얘야. 네가 참아야지, 어쩌겠어. 암튼 헤라에게 이거 이야기 해 볼게.[41]

더군다나 다른 신들과는 달리 전용 전령신인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혹은 아이리스)도 데리고 있다. 때문에 무지개는 헤라 여신이 내려주는 길조로 여겼다. 반면 동양에서는 흉조로 여겨서 난리가 났었다.

조금 더 제우스와 우열을 가려보자면 테티스의 간청으로 제우스가 트로이의 손을 들어주고, 점점 그리스군을 패퇴시키려는 태도를 보이자 트로이를 증오하던 헤라는 '제우스는 올림포스 12신의 의견은커녕 나와 상의 한마디 없이 세상사를 처리하는 독재자'라는 식으로 제우스를 비판했다. 이에 제우스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으며 나를 괴롭히면 험한 일을 당하게 될 것이오!"라고 외치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올림포스의 절대자이자 남편인 제우스에겐 반기를 들지 못한다. 제우스가 헤라 자신의 영역인 '가정 윤리'를 어지럽힌다 해도 올림포스와 전 지구의 지배자이고, 그 말인즉슨 제우스는 헤라의 남편이며 (고대의 가정 윤리상) 남편은 아내의 주인된 자이기에, 헤라가 힘을 다해 제우스를 몰아내면 자신의 영역을 스스로 짓밟아버린 신이 되어버린다.

이는 신조차 무릎을 꿇고 따라야 할 우주의 섭리 숙명를 거스르는 것을 의미하며, 그리스 신화 세계관에서 일어날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또한 제우스가 최고의 힘과 권위를 가진 것 역시 왕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하나의 운명론적인 질서이다. 또한 실질적인 전투력은 제우스가 압도적이기에 헤라로선 이겨낼 겨를이 없다. 조강지처기도 하고, 제우스가 맨날 바람 피우는 통에 명분도 안 서니 항상 물러서는데, 마음먹고 맞붙으면 헤라는 반역죄와 남편을 몰아내려 한 죄로 벌을 받을 수도 있고 실제로도 한 번 받았다.

그와 관련된 신화로 제우스의 계속되는 불륜에 참다참다 결국 폭발한 헤라가 아테나, 아폴론, 포세이돈과 합세해 제우스로부터 패권을 빼앗으려다 역관광당해 손목에 수갑을 차고 발목에는 모루를 단 채 천지의 한가운데 매달리는 벌을 받았으며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풀려났다. 따라서 제우스가 아니라 꿩 대신 닭으로 피해자들에게 주로 저주를 내린다. 강약약강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헤라는 명목상 제우스의 아래에 있는 것이지, 포세이돈과 하데스처럼 제우스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며 진정한 으뜸신 부부의 사이를 이룩한 관계이다. 《일리아스》를 요약하자면 테티스가 그리스의 패배를 간청하자 제우스는 테티스에게 "헤라가 보기 전에 어서 가라."라고 재촉한다. 이는 헤라의 질투를 피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헤라는 제우스만큼이나 우주를 통치할 만한 힘과 권한이 있었기에 정치적인 마찰을 피하려는 이유가 컸다.

그 증거로 '제우스는 독재자'라고 주장하는 헤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 제2인자라 불리는 포세이돈조차 불평하는 것으로 끝난 제우스를 신들을 모두 불러다 세워놓고 모두들 앞에서 대놓고 비난한 것이다. 이처럼 헤라는 거의 제우스와 동등한 권리로 우주를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으며 스스로도 그러한 뜻이 있는 여신임을 알 수 있다. 또한, 19세기 독일의 쿤(A. Kuhn)이나 영국학자 막스 뮐러(M. Muller) 등 자연신화학파는 바람을 의인화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이후 처음으로 마찰이 생긴다. 헤라는 테티스가 아들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내세우고자 아카이아군에게 패망을 안겨주려 제우스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우스가 "내가 당신에게 손찌검을 하기로 마음먹을 때,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타이를 수 없을 것."이라며 분노하자 일단은 그가 두려워 굴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마찰을 빚던 제우스에게 헤라가 "두려운 크로노스의 아들이시여. 기억하소서. 나 역시 크로노스의 딸인 것을"이라고 칭하는데, 표면적으론 남편에 대한 경외의 뜻이나, '당신과 나는 뿌리가 같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더 들어가면 '가이아와 레아를 가볍게 보고 무시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를 보아라. 그들의 추락은 가이아의 아다마스와 레아의 구토제였다. 나라고 못할 것 같은가?'라는 협박이었다. 실로 메티스의 아들이 제우스를 몰아낼 것이라고 가이아가 예언을 했는데, 헤라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딸인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로 하여금 그 예언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에 제우스 역시 이 말을 듣고 그답지 않게 주춤하였다. 또한 트로이를 극도로 미워하는 헤라에게 그녀가 사랑하는 도시인 아르고스, 미케네, 스파르타를 거론하며 자신도 그 도시를 미워하겠다고 맞서자, "그 도시들은 정말이지 내가 사랑하는 도시들이지만 얼마든지 미워하세요. 당신이 그 도시들에게 저주를 내릴 권리가 있듯, 나 역시 그러하니까!"라고 반응했다.

제우스를 유혹하여 트로이 전쟁에서 잠시 눈돌리게 한 사이, 포세이돈의 활약을 눈치챈 제우스가 헤라를 의심하자 이런저런 변명을 둘러댔다. 중상모략이 아니라고 믿은 제우스는 웃으며 당신과 나의 뜻이 항상 같다면 포세이돈조차 우리의 아래로 놓을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자신과 일심동체가 된다면 포세이돈조차 능가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다. 강력한 왕의 면모가 흠씬 풍기는 제우스가 미약하게나마 헤라를 존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전쟁의 후반에서 사르페돈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제우스가 마음이 약해져 그를 구하고자 할 때, 강력하게 나서서 운명을 거스를 생각일랑 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제우스와 헤라의 위계는 당연하게도 남편 쪽이 우위에 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이 시점부턴 거의 대등해졌음을 알 수 있다. 제우스는 이후론 헤라를 함부로 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전쟁에 신들의 개입이 허용되자 활약을 흔쾌히 허락하고 무운을 빌어준다.
 
이처럼 헤라가 제우스에게 깨갱하면서 살았다고 여겨지진 않았다. 다시 한번 서술하지만 헤라는 가정의 수호신이기 이전에 제우스와 공동으로 최고의 신 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인즉슨 헤라는 가부장제에 따라 남편인 제우스보다 가정 내에서의 위치가 아래에 있다는 것이지, 올림포스 신으로서는 똑같은 힘을 지녔다는 의미이다. 옛 그리스 사람들은 때아닌 폭풍우는 제우스와 헤라의 부부싸움이라고 생각했고, 한겨울의 추위는 제우스를 향한 헤라의 차가운 분노로 여겼으며, 부부가 화해할 때 비로소 얼음이 녹는 진정한 봄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는 헤라의 지기 싫어하는 여성상을 특별하게 여겼기 때문에, 제우스마저도 헤라에게 쩔쩔매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헤라가 명분을 앞세워 제우스를 억압한다면 더더욱.

제우스가 바람 현장을 들킬 것 같으니 숨기려고 하는 것이나, 헤라가 그의 애인 혹은 그 자식을 괴롭혀도 다툼을 삼가는 걸 보면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제우스에게 공처가적인 면이 있다고 하지만 권위에 직접 대항했던 경우에는 헤라를 때린다고 경고하거나 심한 벌을 준 적도 있는 것으로 보면, 바람을 피우더라도 가정은 가정수호의 신 "헤라"의 영역이기에 단순히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다만 제우스와 동등한 힘이라는 것은 부부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세상질서를 지키는 신격의 측면에 있어서 일방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라는 것이지, 물리적인 힘을 따지고보면 제우스가 월등히 강한 것은 맞다. 제우스는 《일리아스》에서 올림포스 신들에게 "그만큼 나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을 능가하오."라고 대놓고 말하자 신들이 반항할 마음을 잃을 정도로 신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이며, 신들의 왕이었다. 애초에 제우스는 현대적인 의미의 남녀평등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믿었던 신이며, 이들에게 신들의 왕이란 절대적인 존재를 의미했다. 즉 헤라가 최고의 여신이며, 그녀의 권능을 제우스가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제우스가 서열상으로도 윗급의 존재이고 힘도 더 강력한 존재인 것은 맞다. 이러한 두 신의 관계는 인간 세상에서의 왕과 왕비의 구도와도 같다고 보면 된다.

칼리스토와 같이 정말 억울한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 내연녀들도 할 말이 없다.그들이 원해서 그리고 자신의 애인이 제우스임을 알고도 저질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디오뉘소스의 어머니인 세멜레는 정실부인인 헤라를 만나러 갈 때처럼 와 달라고 분에 넘치는 오만한 부탁을 했다. 에코는 요정들이 제우스와 바람피는 걸 숨기려고 헤라를 기만하다가 발각되어 벌을 받았고. 즉, 몇몇 진짜 극소수의 피해자들을 제외하고는 제우스와 정말 밀애를 나눴기 때문에 신들의 여왕으로서의 헤라나 가정의 여신으로서의 헤라 둘 다 욕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제우스가 하도 바람을 피우자 아예 올림포스를 나와 대서양에 있는 양부모 오케아노스 테튀스의 집으로 가 버린 적이 있었는데 제우스는 이 자업자득의 결과에 멘붕하고 패닉에 빠졌다. 그래서 헤라가 질투하도록 여러 꾀를 쓰지만 헤라는 이미 포기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고 애걸복걸해서 우여곡절 끝에 올림포스로 돌아온다. 물론 그래도 계속 바람을 피우지만 기간토마키아도 끝나고 트로이 전쟁 티포노마키아를 거치면서 더 이상 지상계에서 영웅들이 필요없게 되고 세상에 완전히 안정된 이후에 제우스는 본처 헤라와 헤라 슬하의 자식 4남매들, 과거에 레토, 마이아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들딸들, 전처 메티스 슬하의 , 과 두 누나들하고만 가족 관계를 유지하며 살게 된다.

실질 정치적으로 보면 질투와 역경의 속성이 설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이유로는 제우스 항목에도 있지만 제우스가 바람둥이가 된 이유와 사실상 같다. 정치적으로 폴리스의 지배권을 쥔 가문이 신적인 가계를 자기 가문에 쑤셔넣는 건 고대 왕가에서 거의 필수 옵션이었다. 일본의 경우 아마테라스, 신라의 경우 계림설화, 고구려의 경우 천제와 하백의 후손을 집어넣는 등 이런 장치가 없는 왕가가 거의 없다. 종교와 정치가 구분이 되지 않는 단계에서 정치 지도자 가문은 어떻게 해서든 신적 존재를 자기 가계도에 집어넣어 혈통의 존귀함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폴리스 이곳저곳에서 각자 제우스의 후예를 주장하다 보니 아예 신화상에서 제우스의 바람둥이 설정이 생겼고, 그 덕분에 후대 왕가는 자기 가계도에 제우스를 집어넣기가 점점 더 쉬워졌다. 아버지가 네토라레를 당했는데 어머니가 그에 열정적으로 호응했다면 그것 역시 가계의 불명예니, 결과적으로 제우스는 정숙한 처녀나 유부녀를 속이거나 위협해서 네토리하는 연쇄강간범이 되었다. 이에 헤라가 활용됨은 당연지사. 헤라의 분노와 역경 설정은 신의 아들인 "위대한 영웅"이 출세 이전에는 한미한 신분이었던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신이 내리는 천벌을 딛고 이겨냈다는 것 역시 훌륭한 권력강화의 요소가 된다. 권력을 잡기 전뿐만 아니라 왕가가 되고 난 뒤에 일어나는 불미스럽고 불행한 사건의 설명도 될 수 있다. 이런 점은 비단 제우스와 헤라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세계관 및 그 신화를 따르던 폴리스들에게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논리이다.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나 문제를 모조리 신들의 역동으로 책임을 떠넘겨 버리는 것.

황금양털 탐색의 이야기에서는 영웅들의 자비로운 보호자로 묘사되었다고 한다.

무지개를 만들고 날씨를 조작하고 운명을 통제하고 새나 말과 같은 동물들을 지휘하는 권능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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