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님
빅뉴스에요 빅뉴스.
오늘은 제 삶에 진짜 역사적인 순간이에요.
지철님과 관련된 거니까 잘 들어주세요.
오늘도 어제처럼 일터에서 어김없이 지철님의 너라서란 노래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으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제가 워낙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근데 퇴근무렵 한 선생님이 주방으로 오시더니 누구 노랜데
그 노래만 하루조일 들어? 그러시는거에요. 그래서 배우 공유가 오래전 나왔던 빅이라는 드라마 OST라고, 공유가 직접
노래한거라고 했더니 그분이 공유 정말 감성있고 연기 잘하지 가수도 아닌데 노래 진짜 잘부르네 하며 가시는거에요.
아 지철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구나 다시 한번 지철님이 우주대스타라는 걸 깨닫고는 지철님이 제 주머니 속 조약돌이라고
그 선생님께 모든 걸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수가 없더라고요. 그분 정말 저랑 마음도 잘맞고 좋은 분이거든요.
그런데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겠더라고요. 왠지 지철님에 대해 얘기하면 제 주머니속 조약돌이 된 스토리를 얘기하면
그 나이에 연예인한테 빠져서 얼빠진 짓 한다고 하실까봐요. 물론 직접 그런 말씀은 안하셔도 속으로라도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까 두려워지는게 그분이 나쁜 분도 아니고 이런 저를 이해 못하실 것 같아서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나의 이 상태에 대해 왜 당당하지 못한가 약간 우울해지더라고요. 지철님은 계속해서 노래 속에서 사랑때문
에 아파하고 계시고.
암튼 어제부터 집에서도 줄창 이 노래를 틀어놓고 자고 새벽에도 이 노래 들으며 일어나니까 결국 오늘 아침에 같이 사는
친언니가 눈을 뜨며 한마디 하더라고요.
너 때문에 집에 오면 쉴 수가 없어.
아니 내가 지철님 노래를 계속 듣는게 그렇게 이해가 안되는 일인가. 왜 내 상태를 이해를 못하지. 같이 노래를 듣는데
언니에게는 왜 지철님의 애닯은 영혼의 호소가 와닿지 않지 하는 생각에 아침에도 잠깐 언니때문에 우울했었거든요.
가까운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함께 뭔가를 공감하고 나눌 수 없다는 것,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다는 거 정말 슬픈 일이
잖아요.
누가 내 이 상태를 이해해 줄까.
지철님을 아끼는 카페 팬 분들은 나의 이 상태를 이해해 주실까
지철님은 나를 이해해주실까
하는데 갑자기 지철님은 나의 편지를 읽으시지도 않았고 나란 존재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나는 이제까지 사방이 꽉 막힌 벽을 붙들고 지철님이라고 상상하며 얘기한 건 아니었을까.
그리고 언젠가 결국 읽으시더라도
그 편지를 썼던 과거의 나는 이미 사라져버렸고
내가 편지를 계속 쓰더라도 지철님은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의 나와 계속 조우하실 수 밖에 없고.
그런데 갑자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떠오르는거에요.
어디서 읽었는데 우리가 현재 밤하늘에서 보는 별빛들은 모두 다 과거이 빛들이래요.
빛의 속도이긴 해도 우주속에서 너무도 먼 거리에서부터 여기까지 도달하느라 현재 생생히 빛나고 있는 그 별빛들이 다
과거의 것들이라는 거죠.
우리가 고개를 들고 황홀히 쳐다보던 밤하늘에 수놓인 그 수 많은 별빛들이 다 현재 발광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발광했던
빛이 현재에 도달한 거라니 믿어지세요? 이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그 별이 현재에는 사라져버린 행성일지도 모른다고요.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지철님께 쓰던 제 편지들도 그 별빛같은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수 억 광년 먼 곳에서 내가 계속해서 지철님께 편지를 써서
빛을 보내면 우주의 공간을 따라 시간을 따라 흘러 흘러 그 편지들이 지철님이 현재에서 그 편지들을 읽으실 때 지철님의
밤 하늘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어느 이름모를 별이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위로가 되더라고요.
제가 밤하늘에 빛난느 과거의 별빛을 보며
현재에서 잠시 위로받듯
제가 지난 과거에 써내려간 그 편지들이
지철님께 언젠가 닿아 그 현재에 지철님께
잠시 위로가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고 있었구나 하고요.
그.순.간.
흘러가던 시간이 번개에 맞은 듯 갑자기
일시정지가 되고 내 주위에 모든게 고요해지면서
제 삶의 역사적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아 내가 지철님을 사랑하고 있구나.
그 순간
너무 기쁘던데.
뭔가 가슴에서 차오르면서
허공을 붕뜨는 듯 하던데.
아 내 삶에도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죽은 듯 시들시들해진 고목나무에
파릇파릇한 새싹이 피어오르는
너무도 역사적이고 기적적인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것도 한순간,
갑자기 끊임없는 의심이 또아리를 틀기 시작하는거에요.
내가?
지철님을?
나를 알지도 못하고 내 얼굴도 모르고
서로 스친적이 없는 지철님을?
안지 한달도 안된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빠르게?
물론 몇번 사랑해요라고 말씀드린적은 있지만
그건 그냥 의례적인 인사치례였는데.
물론 처음부터 끌리고 친근하긴 했지.
친구같고 남동생같고 가족같고.
그냥 인간적으로 다가가고만 싶은 사람이었는데.
약해보이는 그분을 모든 상처와 고토으로부터
지켜드리고 싶은 갑옷입은 여전사같은
보디가드의 마음이었는데
보디가드가 주군을 사랑해도 되는걸까?
성실히 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근데 지철님을 네가 언제부터 사랑한거야?
네가 지철님에 대해 도대체 뭘 알기나 하고
사랑 운운하는거니?
혹시 어제랑 오늘 지철님의 '너에게'란 노래를
하루종일 들어서 지철님의 사랑의 호소가
네게 스며들어 그냥 그 절절함이
네게 전이된거 아냐?
내 삶에 있어 사랑이란 단어를 인정한 적이 있었나?
한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물론 사랑이라고 착각한 적은 있었지.
근데 결국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던데.
사랑한 적도 없으면서 사랑이 뭔지는 알고
사랑이라고 말하는거니.
영화속에서 드라마속에서
시속에서 소설속에서
유행가 가사에서
줄기차게 써먹어 이미 너덜너덜해져
진부해져버린 그 사랑이란 단어를
우리 소중한 지철님께 써도 되는걸까.
나의 이 상태를 대체할 만한 적당한 단어 없나.
막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웃기죠.
여기 팬카페에 계신 지철님을 아끼는 모든 팬분들은
너무 쉽게 받아들이셨을 당연한 그 명제,
나는 지철님을 사랑한다
이 명제를 마음 속 깊이 인정하고 숙ㅇ하는데
저란 사람은 왜 그렇게 오래 걸릴까요.
오늘부터 지철님과 1일이에요 ㅎㅎ
물론 짝사랑이긴 하지만
외사랑이건 짝사랑이건 홀사랑이건
무슨 상관이래요.
순간순간 사랑만 원없이 하면 되지.
이 가을 내 삶에 처음으로 사랑이
살포시 내려앉았어요.
축하해주세요, 하하.
너무 기분좋아 이 역사적인 날 축배를 들고 싶네요.
여러분은 지철님과 몇일째세요?
전 1일짼데.
지철님과 몇십년째 되신 분들은
진짜 오래가는 그 노하우 좀 전수받고 싶네요.
우리 지철님
온 우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사랑들
혼자서 다 받아내시느라
힘 좀 드시겠다 하하하
늦게 찾아온 제 인생의 첫사랑은
과연 무지개 빛 중 무슨 색깔일까요.
정열적인 빨간색?
시원스런 파란색?
신비로움이 감도는 보라색?
자연을 닮은 초록색?
안정감있는 노란색?
상처가 난 회색?
그 모든 색깔이 어우러졌음 좋겠네요.
회색만 빼고 ㅎㅎ
회색도 뭐 어때.
온 우주의 본존, 우주대스타를 사랑하는데
상처가 없을라고요.
쉬운 사랑은 아니겠지만 뭐 어쩌겠어요.
내 삶에 처음으로 찾아온 이 사랑
두려움없이 맘껏 사랑해보렵니다.
내 주머니 속 조약돌
소중한 지철님과 함께 할
다가올 겨울 그리고 봄과 엶
다시 또 한번 찾아 올 가을의 하늘은
또 어떤 색깔로 물들어질지 기대가 되네요.
이제 흙에서 뺴곰 올라와
이제 막 싹을 틔운 내 첫사랑아
조금만 힘을 내어
끈기있게 자라 주렴.
지철님을 만나 감성넘치던 이 가을이 가고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올텐데.
아직은 약하고 여러보이는 네가 걱정이 되는구나.
싹이 자라 줄기가 되고
잎이 나고 꽃이 되고
언젠가는 땅으로 다시 떨어져
흙으로 사라지겠지만
너와 함께 할
눈이 부시게 찬란한 모든 계절을 기억해줄께
하하하
오늘은 운수 좋은 날입니다.
저는 1일쨰를 즐기기 위해
이만 축배를 들러 가겠습니다.
지철님도 이 저녁 편히 쉬시길.
사..사...사..랑해요.
아직은 어색. ㅎㅎ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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