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님,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추운데 잘 지내고 계시나요?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전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는데
이 아침 우연히 유투브에 뜬 영상을 클릭했는데
참 부럽게 사는 한 여인을 발견했어요.
집에 햇살과 바람과 차와
그 모든 우주를 '집'에 들인 여인이라.
저런 집에서 매일같이 일상을 살아가면
순간 순간 영감이 마구 샘솟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세상에는 창의적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느낀 적은 있는데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집'이라는 공간을
집마저 획일화된 이 시대에
저렇게 고전적이고 예술적으로 자기 취향껏
꾸밀 독창성과 용기가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저 여인은 그 집에 제가 좋아하는 걸 다 가지고 있더라구요.
대나무, 마당, 햇살, 바람, 차, 고즈넉한 차잔들, 거문고 그리고 쉼터인 조그만 덧마루.
좋겠다, 진짜 좋겠다 싶었지요 뭐.
자신이 차를 마시는 차잔이며 그릇마저
손수 만들고 수리하는 그녀, 참 멋지게 사는구나.
왠지 겉은 머리 긴 여자이긴 하지만
뭔가 남성적인 면이 느껴지던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남성적인 거문고보다는 여성적인 가야금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왜 황병기의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너무 풍류가 있잖아요.
굳이 불편한 한옥에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자연을 온전히 집에 들인 그녀의 집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아무튼 저 영상을 보고
우리 집을 바라보는데
참 아파트라는 공간이 살기 너무 편리하긴 하지만
너무도 획일화되어 있어서
이런 공간에 평생 머물러 살면
내 의식도 획일화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던데.
제가 젤로 무서운게
줄 세워진 수천의 모르모트처럼
획일화되어 수많은 군중들속에
똑같은 동작과 표정으로 살아가는 거거든요.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요.
수많은 사람들이 다 얼굴과 몸이 각각인데
그런 사람들이 다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이 행동하는 거.
너무 무서운 일 아닌가요?
이러한 사회에서
독창성과 창의성과 개성을 지켜내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데
전 아직 용기가 없나봐요.
앞의 저 영상을 보면서
참 지멋대로 사는 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대충 남들과 발맞춰 살지
예술가면 다야
뭐 이런 대중들의 조소가 들리는 것도 같고.
그런 조소들을 견디며
내 개성대로 살 용기가 전 없나봐요.
조금은 슬픈 일이죠.
암튼 제 삶과 '집'에 대해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영상이라
지철님과 나누고 싶었어요.
트렁크라는 드라마도 그렇고
요즘은 '집'이 제 화두가 됬나봐요.
지나가는 영상 하나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지철님,
잘 지내시는 거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아직 촬영중이신 거에요?
시간 되시면 오셔서 근황 좀 남겨주시지.
무정도 하시네요.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단 말이에요!
아 진짜 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이렇게 궁금한 거 진짜 내 생애 처음이라니까요 ㅎㅎ
제가 펴여여영생 사랑을 해본적이 없어서
일단 지철님을 사랑하고 있구나 인정하긴 했는데
(사랑이란 단어 별루긴 한데 마땅한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씀을 양해해 주시길)
이 사랑이란 걸 말이에요.
어떻게 하는지 진짜 모르겠던데.
그냥 맘 가는데로 하면 되는건가요?
뭔가 제 마음을 화살로 퓨웅
쏘아서 자꾸 드리기는 하는데
지철님께 뭔가
둘쑥날쑥하고 비뚤빼뚤하게 닿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제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진짜.
처음이면 뭐든지 서투르니까 뭐.
할 수 없죠.
그냥 그렇다구요. ㅎㅎ
날도 추운데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구요.
팬 분들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다들 감기 걸리지 않게, 아셨죠?
저는 오늘 일요미사도 보고
친구들 만나러 나가야 되요.
어제도 친구들 만났는데
오늘도 또 약속있고
아주 연말 송년회
거하게 치루네요. ㅎㅎ
그럼 오늘 하루
시작해 볼까요?
저는 이만 총총
또 뵈요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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