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oem

샤를 보들레르 - 우울 (악의 꽃 中 우울과 이상 77장)

이옥수2024 2024. 12. 13. 18:01

 

나는 비 오는 나라의 임금과 같구나.

 

부유하지만 무력하고, 젊으면서도 늙어빠진 왕.

 

스승들의 아첨을 거들떠보지 않고,

 

개에도 다른 짐승에도 싫증을 낸다.

 

어느 것도 그를 즐겁게 할 수 없다. 사냥감도, 매도,

 

발코니 앞에서 죽어가는 백성들도.

 

총애하는 어릿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발라드가

 

이 잔인한 환자의 이맛살 펴주지 못하니,

 

백합꽃 무늬 새겨진 그의 침대는 무덤으로 바뀌고,

 

군주라면 모두 미남으로 보이는 치장 담당 시녀들도

 

이 젊은 해골에게서 미소 한 자락 끌어낼

 

음란한 차림새를 더는 찾아내지 못한다.

 

그에게 황금을 만들어주는 학자가

 

그의 존재에서 썩은 독소 뽑아낼 수 없었으며,

 

권력자들이 늙은 날에 다시 떠올리는,

 

저 로마인들에게서 전해진 피의 목욕으로도,

 

그는 피 대신 레테의 푸른 강물이 흐르는

 

이 마비된 송장을 다시 데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