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oem

샤를 보들레르 - 우울 ( 악의 꽃 中 우울과 이상 78)

이옥수2024 2024. 12. 15. 21:26

 

낮고 무거운 하늘이 뚜껑처럼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정신을 억누르고,

 

지평선의 둥근 테를 빈틈없이 조이며

 

밤보다 더 음침한 검은 햇빛을 우리에게 쏟을 때,

 

 

 

지상이 습기 찬 토굴로 바뀌어,

 

희망이, 한 마리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담벼락을 치고

 

썩은 천장에 대가리를 박으며 날아갈 때,

 

 

 

비가 그 거대한 빗줄기들을 펼쳐

 

광대한 감옥의 창살을 흉내내고,

 

더러운 거미의 말없는 무리가 들어와

 

우리의 뇌수 안쪽에 그물을 칠 때,

 

 

갑자기 종들이 맹렬하게 뛰쳐나와

 

하늘을 향해 무서운 아우성을 내지른다.

 

고집스럽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조국도 없이 떠도는 망령들처럼

 

 

-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 행렬이

 

내 넋 속에 느릿느릿 줄지어 가고, 희망은

 

꺽이어 눈물 흘리고, 잔인하고 횡포한 고뇌가

 

수그러진 내 두개골에 검은 기를 꽂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