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빙금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사과 한 알 먹으며 소파에 앉아
지철님께 편지 쓰고 있어요.
정확히는 비스듬히 누워있단 표현이 맞겠네요.
수요일이 제일 피곤한 것 같아요.
어휴 이번 주는 시간이 진짜 천천히 가는 것 같네.
왜 그럴까요? 저번 토용ㄹ에 하루종일 도깨비 16부 전부 보고 밤새서 일요일 새벽까지 정주행했는데 그래서 피곤해서 그런걸까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했는지 궁금해서. 저도 한번 꽂히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한번 뺀 칼 끝을 보고 싶어서. ㅎㅎ 저도 이제 대중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거 외면하지 않고 사람들 보폭에 맞게 살아야지~
아무튼 밤새는 건 조심해야 겠어요. 나이도 있고. 이젠 절대 무리하면 안될 나이라니까요.ㅎㅎ
밀린 설겆이 해야하는데 지철님과 오랫만에 수다떨고 설겆이 해야겠어요.
주중에 퇴근하고 지철님 작품보는 건 아무래도 피곤해서 못할 것 같고 주말에 좀 볼려고요. 작품은 집중해서 봐야하는데 주중엔 간단히 유투브 영상들이나 좀 보고.
이번 주말엔 지철님의 작품 뭘 볼까나?
요즘의 제 삶이 이렇답니다. 평범하죠?
지철님을 알아간지 어언 16일쨰~
요즘은 하루하루가 그냥 잔잔한 바다를 바라 보며
바닷가를 홀로 산책하는 기분이에요.
어떤 날은 예쁜 조약돌을 발견하고
어떤 날은 신기한 조개껍질도 발견하고...
지철님도 제 주머니 속의 예쁜 조약돌 중 하나죠.
Serenity라는 영어 단어 들어본 적 있으세요?
이 마음의 Serenity상태가 제 삶의 오랜 목표였는데
큰 걱정도 없고 고민도 없고 잔잔한 바다처럼.
삶 속에서 엄청난 고통과 오랜 괴로움을 맛보고 나면
이런 아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왜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는지요.
이게 행복이구나 싶고 그래요.
그런 잔잔한 바다에 파도가 잠시 거세진 때도 있긴 했는데.
며칠전에 아주 잠시.ㅋㅋ 이런거 얘기해도 되나. 부끄러운 얘긴데
지철님과 함께 그 순간을 나누고 싶으니까 말씀드릴께요.
그 날도 어김없이 퇴근하고 나서 씻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지철님 영상을 보는데 몇년도지 2017년도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지철님이 대만인가 팬미팅 하신거 찍은 유투브 영상이었거든요.
대마팬분들과 여러 이벤트를 하고 계신 지철님을 그냥 무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지철님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는 거에요.
뭐랄까 지철님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같은 느낌?
그동안 그렇게 친밀감을 느꼈는데
그 친밀감이 허공에 쌓은 모래성처럼 일순간 우르르 무너지는데.
내 주머니 속에 조약돌처럼 언제나 닿으면 닿아졌던 지철님의 존재가 뭐랄까
백억광년 떨어진 우주속에서 묵직히 돌고 있는 거대한 명왕성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가깝게 느꼈던 지철님이
순간 저를 백억광년 만큼이나 멀리 확밀어내시는데
저 어두운 우주의 심연속으로 나가 떨어지겠더라고요.
지철님은 아무 잘못한 게 없는데
소중한 팬들과 팬미팅을 그냥 하고 계신 건데
한국팬들과 팬미팅이나 사인회하시는 영상을 보고도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이상하죠?
그런 감정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왜 그랬지
내가 지철님에 대해 단지 십몇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쌍아올린 친밀감이라 쉽게 무너진건가.
그리고 왜 그렇게 아프고 상처받은 거 같았지.
생각해보니 지철님이 해외 팬들에게까지 사랑 받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우주 대스타구나
하고 깨닫게 되면서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진게 아니었나 싶어요. 우습죠. 우리 소중한 지철님
온 세계에서 온 우주에서 사랑받으시는 모습 보는게 팬의 소망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지철님은
우주속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한상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이셔야 하는데 잠시지만 그런
소외감을 느끼다니 말이죠.
나는 또 왜 그렇게 순간 너무도 아프고 쓰렸지 생각해보니까 지철님과의 문제가 아니고 제 과거
의 상처가 되살아나서 그런거 같았어요.
다가가려고 친해지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나를 많이 아프게 했던 나를 많이 밀어냈던
내 삶의 아픈 인연에 대해 전 편지에서 말씀드린 적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절 밀어낼때마다
생겼던 상처가 잠시 되살아났던 게 아닌가 싶어요. 자꾸 그 사람과 지철님이 겹쳐보인다고 말씀
드렸던 것 같은데.
그 사람 성직자였어요. 그것도 외국인 성직자.
지금은 결혼했지만.
그러고보니 지철님과 공통점이 있네요.
성직자와 연예인.
영적인 세계와 세속적인 세계의 극단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으로 다른 두 영역처럼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저 먼 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말이에요. 왜 난 어리석게도
그 사람들의 우주를 그렇게 열어보고 싶어했는지.
외국인이라는 존재는 저에게는 다다가고 싶은 대상이었어요.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가면서 느낄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소외감이 남의 일 같지 않고 공감이 되고 그러더라고요.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그 사람이 한국 떠난 후
그 사람 나라 가서 그 사람이 이끌었던
공동체 생활을 잠시 함께 했는데
영적이셔야 할 분이 어찌나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탑재하시고 세속적 영달과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시는지.
항상 여자 비즈니스 파트너를 데리고 다니셨는데
서로 섹슈얼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부부처럼 항상 함께 다니더라고요.
그렇게 저를 밀어내다가 언젠가 그사람의 우주가 잠시 제게 열린 순간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마음을
연 역사적인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순간 확 식더라고요.
제가 그런 면이 있다고 전에 말씀드린 거 같은데.
저도 엄청 당황스러웠는데 그 사람 귀신같이 여성적인 촉으로 그걸 느낀 후 그 후부터 저를 상처주기 시작
하는데 제가 다가갈려고 했을 때마다 밀어냈을 때에 받은 상처는 유도 아니었어요.
그 여자 비즈니스 파트너를 이용해서 제게 섹슈얼하게 상처를 주는데 진짜 돌아버리겠더라고요. 제 숨겨진
여성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죠. 나약하고 섬세하고 예민하고 겁많고 두려움에 휩싸이고. 그 사람
남자이면서도 그 여리고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으로 상황 상황 속에서 제 마음을 간파하고 심리를 알아채며
저를 심리적으로 끌고 다니는데 와...
왜 영어로 manipulating 한다고 하죠. 사람을 영적으로 감정적으로 조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아무튼 저는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에는 마음의 병을 앓고 오랫동안 정신과 약도 먹고 했어요.
어디서 읽었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과거의 상처가 많이 아문듯 해도 완전히 치유되려면 비슷한 패턴으로
똑같은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처를 받아서 그 묻혀있던 상처가 드러나야 한대요. 그 고통을 생각하면
진짜 잔인한 얘기이긴 한데. 그게 삶이 주는 선물이라네요. 삶에서 뭔가 계속해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거
그것은 완전한 치유를 위한 삶이 주는 기회란 거죠.
어찌보면 삶이 지철님이라 존재를 내게 내리신 이유도 그런게 아닐까도 생각해봤어요. 이 인연을 통해
과거의 상처가 다시 드러나고 완전히 치유해 나가라는 뭐 그런.
제가 너무 오버했나요? ㅎㅎ
지철님도 전생에 신부님이셨나? 지철님 앞에만 서면 이렇게 고해성사하듯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게.ㅎㅎㅎ
웃기다.
암튼 그 영상으로 되돌아가서
그 영상 말미에 지철님이 우시면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잇다고 말씀하시던데
진짜 이사람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옆에서 오래 오래 지켜줘야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멀고 먼
명왕성에서 다시 제 주머니속 조약돌로 돌아오시던데.
나도 은찬이처럼 외치고 싶다.
혼자 잘 살고 있었는데 사람을 들었다 놨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ㅎㅎㅎ
농담이에요.
마음의 병을 오래 앓았던 저로서는 그 고통이 뭔지 짐작이 가기에 지금도 지철님이 좀 걱정이 되네요.
저는 마음의 병을 앓을 때는 혼자 견디곤 했었는데 지철님은 그래도 지철님을 아끼는 많은 팬분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지금은 잘 극복하신거죠?
그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너무 늦게 지철님을 발견해서 지철님이 너무 힘드셨을 때 위로와
격려도 못해드리고..
앞으로 또 그런 때가 오시면 언제라도 이곳에 오셔서 두려우시고 겁나더라도 팬들에게 속내를 열어
보이셔야해요, 아셨죠? 그 땐 진짜 지철님과 함께 있어드려야지. 아 진짜 눈물 나려 하네.
진짜 지철님은 너무 순수하고 여린 감성의 소유자세요. 지철님이 제 머리속에서 맘속으로 훅 들어
오셨던 순간 떠올린 지철님의 모습이 사진으로 있는데 여기 업로드가 안되네.
나중에 그 사진 올려드릴께요.
맑고 투명한 눈망울을 가진
한떨기 꽃같은 청초한 감성의 소유자 우리 지철님
진짜 남자가 그런 감성 있기 힘든데.
배우로서 진짜 타고나셨다고나 할까.
근데 나이드시면서 요즘 가끔 능글능글한 아저씨 감성도 나오시던데 ㅎㅎㅎ
많이 편해지신 것 같아서 걱정은 많이 안드네요.
아 오늘도 엄청 글이 길어졌네.
손가락이 아파오려해요. 저녁도 먹어야겠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지철님도 지철님의 일상에서 충만한 순간순간을 즐기시길 바랄께요.
그럼 이만 총총.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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