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Letter/1권. 우주대스타 공지철, 내 주머니 속 조약돌

전인권 '제발' - 어느 목각 인형들의 춤 2024/10/28 23:50:51

이옥수2024 2024. 12. 27. 10:43

 

 

제발 그만해 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 봐
눈을 들어 내 얼굴을 다시 봐
나는 외로워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야
제발 숨 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

제발 그만 해 봐
새장 속의 새는 너무 지쳤어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 봐
처음 만난 그 거리를 걸어 봐
나는 외로워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야
제발 숨 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
제발 그만 해 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제발
다시 생각해 봐
처음 만나 그 거리를 걸어 봐
나는 외로워 제발
제발
제발 그만해 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제발
다시 생각해 봐
처음 만나 그 거기를 걸어 봐
나는 외로워 제발
나는 외로워 제발

 

 

지철님, 안녕하세요.

 

지철님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일하면서 

지철님의 '너라서'노래 듣다가

전인권의 '제발' 노래 듣다가

노래를 꺼놓고 일하기도 했다가

그랬어요.

 

오늘은 애기들 먹는 깍두기를 담가야 해서

좀 늦게 퇴근하긴 했어요.

애기들 먹는 깍두기는

고춧가루를 안쓰고 빨간 파프리카를 갈아서

색을 내는데 나름 시큼하고 달콤하니

맛도 좋아 애기들이 잘 먹어요.

 

보통때는 5시쯤 퇴근해서

날이 밝았는데

오늘은 6시가 넘어 퇴근하려고 보니

밖이 벌써 어두워졌더라고요.

 

그렇게 내리깔린 어둠속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익숙한 것이 아닌 낯선 것을 접한다는 건

항상 제게 뭔지 모를 두려움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퇴근 한 후

소파에 앉아

지철님께 편지를 드리려 하다가

그냥 안했어요.

 

뭔가 감성이 다 차오르지도 않았는데

머리 속에 생각이 꽉 차지도 않았는데

의무감으로 습관적으로

그렇게 글을 쓰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지철님께 진심어린 글을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결국 이렇게 한밤중이 됬네요.

 

제가 지철님께 드릴 것도 없고

드릴 것이라고는 이 편지뿐이라

마치 소박하지만 설득력있는 이론을 지닌

나만의 논문을 존경하는 지도교수님께 헌정하듯

초라하지만 정갈한 밥상을 가족에게 내놓듯

나만의 소품같은 문학작품을 소수의 독자에게 내놓듯

그렇게

지철님께 선물처럼 드리고 싶었거든요.

 

오늘 전인권의 '제발'이란 노래를 이따금 들으며

얼마전 매니지먼트 '숲'의 영상에서 본 지철님이 이 노래를

부르셨던 순간을 떠올렸어요.

당시 스트레스를 받으실 때 마다

이 노래를 부르셨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지철님이 평소에 어떤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셨을지

상상하면서요.

 

대중에게 모든 게 노출되는 공인으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가는

스타 공유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대중들의 온갖 환호와 떠들석함과 소란함과

이름도 알수없는 그 수많은 군중들의 굴러가는 눈동자들과

지철님을 향한 열띤 시선들과

카메라 플레쉬의 번쩍임과 뭐 그런 것들 말이죠.

 

배우 공유의 멋진 옷태와 멋진 표정과 멋진 자태가

드라마 속 캐릭터의 판타지와 어우러져

그 모든 것이 섞이고 섞여

그 속에서 인간 지철님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자신도 모르게 소외되고

자신의 밑바닥도 들여다 보지 못한 채

지철님의 겉태와 이미지와 드라마 속 판타지가 

게걸스럽게 소비되는 걸 지켜보면서

열광하는 대중들의 굴러가는 시선에 소외되고

계속 그렇게 밀리고 밀려

그 수많은 열광하는 대중들 속에서

입으 환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두 눈은 웃고 있지 않은

그 두 눈동자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는 지철님의 영혼을요,

 

 

마치 어느 으리으리한 연극 무대 중앙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의자에 앉아 있는

어느 목각 인형의 보이지 않는 눈물을요,

 

다채로운 깃털을 뽐내는 화려한 공작새 속에

날개가 꺽여 푸드득 거리며 날지 못하는

어느 작은 아기새의 여린 영혼을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가장 큰 형벌 중 하나인거 같은데.

왜 신은 지철님께 그런 시련을 내리셨을까요.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20여년을.

 

지금은 행복하고 만족하고 사시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그 형벌의 시간은 언제라도 앞으로 지철님의 일상에

불쑥불쑥 찾아올지 모르고 과거에 그러한 순간들이

지철님껜 드러낼 수 없는 아픈 상처로 남아

언제 그 상처가 지철님의 영혼을 다시 헤집어 놓을지 모르고.

 

지철님이 배우 공유로서 살아가리라 마음 먹으시고

대중에게 노출되기로 결심한 순간 따라오는

어쩔 수 없이 딸려 오는 운명같은 것이긴 할텐데.

저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처절하게 외로운 고통스런 시절을

어찌 견디어 내신건지 정말 궁금하고 옆에 계시면 직접 여쭙고 싶네요.

 

그 아기새를 스스로 품고있는 아버지같은 영혼은

자신의 세계를 외부의 광란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매일의 정적속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음악 들으며

차곡차곡 하루하루의 정갈함을 자신의 일상속에 쌓으며 견디어 갔던 걸까요.

 

생각해보니 지철님은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하고

꽃잎처럼 여리고 섬세한 누이와 음유시인의 영혼을 가졌지만

굵은 동앗줄같은 강철 신경도 견디어 내기 힘든 시절을

아버지와 어머같은 영혼으로

가장과 부모님의 성실함으로

그 누이와 음유시인의 영혼을 돌보며

하루하루의 성실함과 인내심있는 강인함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깊게 파고들며 하루하루를 영혼의 동굴을 파며 사신거군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자신의 혀를 동강내는 밀정 김우진의 캐릭터의 강인함과는 비할 것은 못되지만

비슷한 점이 있으신거군요.

 

영겁의 시간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수백 년의 고독을 견디어온 김신의 캐릭터의 굳건함과 비슷한 점이 있으신거군요.

 

이런 모든 상황의 지철님을 떠올려보니

이렇게 장문의 편지를 올리며

지철님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위로해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는 것이

지금 제가 지철님께 할 수 있는 많은 일 중에 하나겠지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품어준다는 것이기도 할텐데

한번도 사랑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고

너무나도 이기적인 면이 있는 걸 아는 저로서는

이런 지철님께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사람들과 관계에 지치고 지쳐

밀리고 밀려

그저 편안하게 늙그막이

백발의 노인네처럼

벽난로 옆에 나무로 된 안락의자에 앉아

어느 날은 붉은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어느 날은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창밖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하염없이 하루하루를 조용히 늙어가고 싶은데

가끔은 모든게 다 귀찮고

다 던져버리고 싶은 지친 나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노인네가 사랑의 감정을 진지하게 느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래도 모든 것에 무관심하게 홀로 살았던

그 백발의 노인네가

그래도 인생에서 아직 끌리는 게 남아 있었는지

아직 뭔지 모를 호기심이 남아 있었는지

고통스런 외로운 시절을 소리없이 견디어온 누군가의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들었는지

그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누군가에게 이렇게 다가가 앉아

이 사람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허한 불교신자였던 그 노인네가

주님께 끊임없이 이 사람을 위해 길을 열어달라 간구하는

기도를 올리는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하나요.

 

이러한 기적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그저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걸 내려 놓고

모든 걸 준비하시고 끊임없이

크고 작은 선물을 주시며 제 삶을 채워가셨던

주님의 인도하심만 믿고

주님의 품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겠네요.

 

주님 품에서 지철님도 저와 함께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밤 되시고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