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님 안녕하세요
방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지도 않고 소파에 앉았어요.
오늘은 제가 어떤 각오가 자연스레 들었어요.
이젠 다시는 지철님께 글을 쓰지 않겠다 이 카페에도 들로지 않겠다 지철님과 관련된 어떠한 기사도
읽지 않으며 작품도 보지 않고 영상도 찾지 않으며 무관심하게 지철님을 내 삶의 영역에서 철저히
지워버리겠다 뭐 그런 각오가 자연스레 들었고 자신감있게 그 각오를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요.
한참을 그 각오를 품고 일을 하는데 저녁 해가 어슴프레 질 무렵이었나 아무튼 언제인지도 모를 순간
갑자기 지철님의 이 사진 속의 모습이 밤하늘의 달처럼 불쑥 떠오르는 거에요.
이 모습 아시죠? 지난 편지에서 설명드린대로 제 머리속에만 머무르시던 지철님이 제 가슴속에 퐁당 들어오시며
은은하고 부드럽게 제 가슴속에서 퍼져 순간 가슴이 벅차던 그 때.
지철님의 이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하고 꽃잎처럼 여리고 섬세한
소심하고 부끄러움 많은 그 고운 누이같은 지철님의 영혼이 떠오르는 거에요.
아니 내가 갑자기 왜 내 가슴속에 품고 있던 소중하고 고귀한 이 영혼을 떠나려고 하지? 왜지?
그러고는 또 이 사진 속 지철님의 눈빛이 떠오르는 거에요.
이 눈빛이 보이시나요 지난 편지에도 말씀드린 것 처럼 잠시지만 쳐다보면서 강렬한 통곡을 토해내게 만든 눈빛이잖아요. 물론 자신의 눈빛이니 지철님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으시겠지만 이 눈빛은 '아버지의 눈빛'이에요.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지고 가정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심도있고 진지하게 현상을 들여다보고 또한 사회에 속한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뭔가 멀리 응시하며 심사숙고하고 결론을 짓고 직접 행동을 시작하며 뭔가를 책임지려하는 아버지의 눈빛.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성실하고 고단하게 일상에서 책임감있게 자신의 직위에 매진하는 아버지의 눈빛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난 왜 이 아버지의 눈빛을 한, 한 때 내 눈물을 펑펑 쏟아내게 만든 이 사람을 갑자기 떠나려고 하지?
어릴적부터 아픈 가족사로 인해 태생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고통받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이며 이 세상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궁극의 해답을 찾고 싶어 철학적으로 다방면으로 탐색하고 다녔는데,
결국 한 영화를 보고 재발견한 어떤 한 종교에서 그 해답을 얻어 제 불안하고 고통받던 영혼이 안착했어요.
대학교 휴학 시절, 어느날 밤 갑자기 깨어 TV를 켜보니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영화가 나오고 있는거에요. 그래서 홀리듯
앉아 그걸 보는데 거기에 나오는 화엄경 글귀들을 보고는 무릎을 탁 치며 속으로 외쳤죠. 그래, 이거다. 내가 찾던 고통스런 삶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
그길로 저는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요즈 라즈니쉬의 '반야심경'이란 책을 단숨에 읽고는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1999년 어느 외국인 스님의 책을 읽었는데 저랑 사고가 너무도 비슷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부터 그분 계신 사찰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명상도 하고 수행도 하고, 108배 삼천배 관세음보살 기도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그 중 또 다른 외국인 스님에게 초대되어 몇달간 해외 체류를 하면서 통번역, Kitchen Master등 개인 수행도 하면서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하였지요.
물론 지철님께 예전 편지에 말씀드린대로 그 성직자 분과 화학작용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상처도 많이 받고 했지만, 지철님을 만나면서 제 상처가 다시 소환되면서 많이 치유받고 그랬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제 삶에 굽이굽이 얼룩져 오랜 때처럼 박혀있는 상처들이 완전히 치유되려면 다시 비슷한 일을 겪어야 한대요.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신비스런 이 모든 일들이 다 주님안에서 제 상처가 치유되고 영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같아서 처음엔 매우 불안하고 의심스럽고 그랬는데 이젠 주님만 믿고 가려구요.
우연히 지져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한 외국배우가 예수님 배역을 맡아 겟세마네 노래를 하는 영상을 봤는데,
테드 닐리의 2006년도 영상을 보면 엄청 전율이 느껴지고 막 울음이 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지철님이 나중에 한 55살 넘으셔서 예수님 역할을 맡으셔서 그 겟세마네 노래를 부르시면 어떨까 상상해 봤어요. ㅎㅎ 아마 테드 닐리보다 훨씬 잘하실 것 같아요. 지철님의 어떤 모습에서 전 가끔 예수님이 떠오르거든요? 나이드실수록 더 그러실테니까 한 10년후쯤이면 33세의 예수님 역할이긴 해도 진짜 예수님이 되셔서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예수님의 역할을 하셔서 온 사람들에게 사역하실 것 같은데.
그러고보면 이 대중매체의 컨텐츠라는 게 참 엄청난 영향력이 있어요.
가까이 손쉽게 부담없이 다가가설랑은 그 사람의 온 영혼을 흔들고 삶을 바꾸고 영혼을 성정시키고 치유하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앞서 제가 말씀드린 화엄경 영화 하나로 제 인생이 통째로 바뀐 것도 그렇고.
그러고보면 예술 작품 만들듯 혼신의 힘으로 연기하는 지철님같은 배우나 가수들은 어쩌면 영혼을 치유하는 성직자의 역할 비슷한 것이 주어진 게 아닐까 해요.
지철님의 존재가 너무 고맙고 은혜롭고 그래요. 지철님을 만나게 해준 것도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였잖아요. 드라마 하나가 엄청난 힘이 있다니까요. 지철님이 제 영혼을 건드리고 흔들고 마침내 치유까지 하시잖아요. 이렇게 편지만 쓰는데도 치유가 되는게 참 놀라워요. 얼마전 커피프린스 한결이가 바닷가에서 괴로워할때 나온 배경음악 across the ocean 노래를 다시 듣는데 눈물이 너무 나더라구요.
전 제가 왜 그렇게 한결이한테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초기 편지에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음악을 다시 듣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깨달았어요. 동성애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한결이에게서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 너무도 불쌍하고 그래서 함께 그 고통을 나누고 싶었던 거에요. 그래서 한결이를 떠나보내지 못한 거였어요. 성직자와 이루어질 수 없을 사랑을 한 때 했던 제 모습과 한결이가 겹쳐보였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편지가 길어지고 있으니 여기서 마무리 할께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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