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Letter/1권. 우주대스타 공지철, 내 주머니 속 조약돌

사랑의 본질을 고찰하며 별 헤는 밤 2024/10/27 02:01:33

이옥수2024 2024. 12. 26. 06:39

지철님 안녕하세요

 

태국 팬미팅은 잘 마치셨죠.

팬분들과 짧지만 좋은 시간 가지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지금은 잠자리에 드셨을려나.

한국은 지금 밤 1시가 넘었네요.

 

잠이 얼핏 들다 깼는데

이렇게 온 세상이 잠든 밤에

지철님과 얘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모두가 잠든 밤엔 왠지

사랑이란 단어가 어디선가 한구석에서

맨발에 신발도 없이 헐벗은 채

쭈그러고 앉아 슬피 울고 있을 것 같아서요.

 

낮동안 사랑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남용되며 쓰였을까요.

어느 허름한 싸구려 선술집네서 사람들이 술을 퍼마시며 떠들어제끼듯

사랑이라는 단어는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전 세계에서 온갖 사람들에 의해

남용되어 이리저리 몸을 굴려지며 써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이제는 일어설 힘도 없이 헤지고 너덜너덜해져서

그 여린 몸으로 자신을 이렇게 함부로 써대는 것에 대항하여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어 이 세상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홀로 지독한 슬픔 속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가엾은 그 아이의 몸을 조심히 들어다가

성당 야외 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이는

구불거리는 긴 머리를 하신

예수님의 흰 조각상 앞에 모셔진

새벽 이슬이 맺힌 풀잎들로 둘러쌓인

성모마리아와 성 요셉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그 자그만 조각상 앞에

다시 올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을 통해 영혼을 흔들어대고

마구 울리고 대시 메꿈없이 치유하는 과정속에서

온 우주의 구석 구석 어느 한 곳 빠짐없이

홀로 고요히 존재하시는 하느님의 

은혜롭고 자비로운 손에 그 가엾은 아이를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신성하고 경이롭고 경건한 한 영혼의 성장과 치유와 구원의 서사가 없는 사랑이란 단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우리는 그 아이를 예수님 대하듯, 하느님 대하듯

소중히 대해야 합니다.

일상에 내팽겨쳐서 값싼 한 잔의 술잔 마냥

우리의 입에 가볍게 오르내리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언어란 것은 태생적으로 본래 이름표가 없는

모든 존재의 본질을 규정해버리고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기 위해

이 언어란 것을 빌려 쓸 수 밖에 없는 이 어쩔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언어로 규정하려는 제 이 시도 또한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저 그 존재의 본질앞에

무거운 침묵과

허락한다면 조금의 시적 비유와 음악적 감수성만을 남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너무도 거창한 말들을 읊조렸더니

분위기가 별로라

음악 하나 띄워드립니다.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으로 오시는 비행기 안이시겠네요.

불편하시겠지만 이 밤 편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