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철님.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상쾌한 주말 아침에 보기에는 트렁크란 드라마가 너무 미스테리어스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고, 그렇다고 트렁크란 드라마에 어울리는 밤을 기다리면서 오늘 밤에 보기엔 3,4회를 빨리 보고 싶고 그래서 해가 중천에 뜰 때인 지금 두 편을 몰아봤어요. ㅎㅎ
무엇부터 말씀드려야 할까요?
3,4회에세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는 남녀 두 쌍이 정원의 집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남의 고통에 민감해서 인지가 병원에서 실밥 뜯는 거나, 무서운 공포 영화도 잘 못보는 우리 정원이가 역시 긴장되고 편치 않는 분위기에서는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군요. 꼭 저를 보는 듯 했어요.
우리 정원이, 그런 여리고 섬세한 성격으로 그 모든 유년의 상처를 어떻게 홀로 극복할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그런 순간에도 밥도 꿀꺽꿀꺽 잘 넘아가고 공포 영화도 잘 보는 우리 인지같은 아내가 옆에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우리 인지는 무서움을 안타는 게 아니라 공포 영화와 자신의 삶을 비교해서 자신의 삶에 작은 문제들에 안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여성이더군요. 역시 제 예상대로였어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식사하면서 서연의 새 남편의 공격적인 시선과 어우러져, 쥐를 잡아 먹기 전 고양이가 그 발톱으로 쥐를 튕기며 한참을 가지고 놀 듯, 서연은 인지앞에서 도발적인 눈빛으로 와인잔을 돌리며 새 남편의 전 남편에 대한 공격을 즐거운 듯 미소지으며 즐기고 있더만요. 진짜 이 서연의 캐릭터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서 전남편이나 새남편이나 자기 맘대로 휘두르고 싶어하는, 모든 관계에 신처럼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역겨웠어요. 그것도 모자라 새로 단 샹들리에에 관찰 카메라까지 달아놓고서는 정원이 엄마를 감시를 감시했던 아버지 먀냥, 며느리는 시아버를 닮는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아무튼 그렇게 나약한 정원을 손바닥으로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그녀를 보면 흰 옷을 입고 식사 대접을 하는 우리 인지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느껴지던데.
전처 서연이 대학생 때 자기를 사랑했던 한 남자가 자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살까지 했다는 말을 인지에게 들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싫었어요. 누군가가 자신때문에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했는데 한 남자를 죽음까지 몰고 가는 자신의 능력에 감탄을 하며 카타르시스라도 느꼈던 걸까요. 우리 정원도 권총이 있는 거로 봐서 아무래도 서연이 정원까지 자살하도록 내몰아 자신의 전지전능한 제단 앞에 산 제물로 삼으려는 것 같아요.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거나 공감하지 않고 그 고통을 천천히 즐기는 새디스트적 면모를 지닌 그녀가, 오세연이라는 뇌쇄적인 눈매를 한 외국인처럼 생긴 여가수의 음반에 정원과 자신의 뱃 속 아기를 찍은 사진을 넣어두는 모습에 조금은 연미의 정을 느꼈었는데. 아 이 여자도 누군가를 열달 동안 품을 수 있는 모성애가 있던 여자였는데 양수가 터지고 교통사고를 당해 결국 그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겪었던, 정원만큼 지속적인 상처는 아니겠지만 나름 치유가 필요한 영혼이구나 연민의 정을 느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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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암튼 우리의 정원과 인지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육체적 접촉까지 하면서 친밀감을 쌓은 단계까지 간거로군요. 근데 마지막 서로 육체적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자신을 감시하는 서연을 알아채고는 악몽을 꾸고 뭔가 서연에게 복수하듯 보여주려 하는 인지의 마음이 느껴지던데.
그런데 서연이 초음파 사진과 함께 준 그 세개의 파란 알약은 대체 뭘까요? 정원이 당신 참 잔인하다라고 했는데 혹시 아기처럼 당신도 죽어버리라는 의미의 독약?
그리고 우리의 인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인지를 못잊어 둘만의 추억인 어항을 팔고 있는 전 남자친구를 찾고 있던데. 저도 부다페스트에서 몇 달 산 적이 있는데 부다페스트는 현재를 온전히 낭만적으로 살게하며 미래를 꿈꾸게하는 현재의 감성을 살려주는 도시 파리와는 달리, 과거의 추억이 자꾸 소환될만큼 아름다운 야경을 지닌 도시에요. 양성애자 남자친구가 과거를 못잊고 거기서 어항을 파는 심정이 이해가 되던데.
자신이 정원에게 줄 수 있는 건 완벽한 사랑이 아닌 '완벽한 이혼'이라고 말하던데, 가족같은 거 없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해서 정원과 인지의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내 간담을 서늘케하면서 소심한 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던데.
인지는 저랑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이 꺠진 양성애자 전 동거인을 못잊는거며, 가족이 필요없다고 말하는거며, 울 인지도 상처가 많아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한 듯 보이던데. 과연 나약하지만 여리고 섬세한 촉으로 정원은 인지의 그런 아픈 과거의 상처를 감싸주고 품어 줄 수 있을 것인가.
직장 후배가 친동생을 찾는데 가끔 동생이 시신으로 처참한 모습으로 꿈에 나온다고 말하자 인지는,
"난 꿈같은 거 안꿔요."
그러면서 또 나를 서늘하게 만들던데 어떻하죠? 그럼 당신은 왜 추억속의 그 키 큰 남자를 못 떠나보내고 그렇게 해외에까지 손을 뻗쳐 찾고 있는건데요. 당신의 꿈속엔 정원이라는 존재는 없는건가요라고 묻고 싶었어요.
초음파 아기 사진을 서연에게서 받고 온 침대가 물에 잠기며 숨막혀하는 정원의 모습이 자신의 자식인 엄마의 자궁속에 잠들다 죽어버린 그 가엾은 아기 영혼의 모습같아 마음이 안좋았어요. 그런 정원의 옆에서 정원의 잠자리를 지켜주며 호수에 떠 있는 섬처럼 정원을 지켜주겠단 말에 아기처럼 곤히 잠든 정원을 보면서 둘이 빨리 빨리 진도가 나가서 엄청 정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네 인생 길면 백년 짧으면 칠팔십년인데 얼른얼른 정들어서 행복하게 둘이 알콩달콩 사는 모습 보고 싶어요. 역시 한국인은 사랑보다는 정이죠. 하하하. 사랑이 식어서 헤어질 수는 있지만 일단 추억이 둘 사이에 하나 둘 쌓이면서 정이 들면 게임 끝이니까, 하하하.
너무 즐거워요. 4화부터 둘이 같이 자면 5,6회에는 둘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을려나 궁금해요. 밥 같이 먹고 대화나누며 빨래 개고 영확 같이 보고 키스하고 손잡고 잠자리 같이하고 또 뭐가 남았을까요. 결혼을 한번도 안해본 저는 정원과 인지의 결혼에 남은 건 아이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인지가 정원의 아기를 가질려나. 인지가 그 인영대리처럼? 1년은 정들기는 충분한 시간인데 임신을 하면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회사에서 물어야한다고 하던데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인지와 정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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