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Letter/2권. 우주대스타 공지철, 버드나무 이야기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7,8회를 보고 2024/12/03 15:32:23

이옥수2024 2025. 1. 26. 09:42

지철님, 안녕하세요.

 

방금 트렁크 7,8회를 끝으로 전회를 마무리했어요,

 

제 노트북 왼편으로는 Lakeside Morning이라는 White barn이 상표인지 모르겠는데

앞튼 호수가의 아침이라는 은은한 하늘색에 아이보리색을 더 넣은 것 같은 색을 한

커다란 둥근 향초가 심지 세개로 타오르고 있는데 불빛이 은은하네요.

 

노트북 오른편으로는 고장난 벽난로 램프가 놓여져 있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뭐

그냥 꺼진 벽난로라고 상상하니 나름 괜찮더라구요.

 

타오르는 향초의 세개의 심지를 보니 삼위일체이신 주님이 떠올라요. 각각 떨어져 있는 심지지만

그 밑을 적시고 있는 녹아버린 향초안에서 하나잖아요. 저렇게 계속 타오르면 향초 몸은 계속 녹을거고 

마치 성령안에 하나 되듯 그렇게 하나가 되겠죠. 하느님이 자신의 형상과 똑같이 인간을 만드셨다고 말씀하셨으니, 우리도 영혼육 삼위일체겠네요, 그죠? 영과 혼과 이 육신은 하나다. 저 타오르는 향초처럼, 그렇군요.

 

향초 뒤로는 가지 각색 꽃을 꽃아둔 꽃병이 있는데 지난 목요일에 샀는데 일주일도 안됬는데 꽃말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께요'인 델피늄은 벌써 시들시들하고 장미는 나름 괜찮긴 한데 맨 바깥의 꽃잎들이 좀 가장자리가 말려들어서

그렇게 싱싱해 보이지는 않아요,

 

들꽃을 닮은 꽃말이 '청춘의 사랑'인 시레네랑  '희망과 의리'가 꽃말인 거베라랑 사랑의 고백이 꽃말인 옥시페탈리움은 멀쩡하네요.신기해라. 델피늄이 완전 시들어버린 게 좀 아쉬웠지만, 그 옆에 예수님 십자가상 양 옆에 놓아둔 분홍색과 흰색의 베고니아 화분이 너무도 싱싱해서 맘이 좋아요. 델피늄과 비슷한 꽃말인 '사랑이 싹트는 날, 사랑과 행복' 뭐 그런거에요.

 

나무결이 느껴지는 흙갈색의 제 조그만 앉은 뱅이 나무 상 왼편에 놓아둔 쿠페아는 그 작은 꽃잎들이 마구 떨어지긴 해도 나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에요. 쿠페아의 꽃말은 '세심한 사랑'이래요. 역시 세심하고 꼼꼼하게 사랑을 가꾸면 그 사랑은 오래가는군요.

 

사랑이라는 게 특히 인간의 사랑이라는게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꽃이 시들 듯 시드는게 맞긴 할텐데 델피늄이 가장 빨리 시든 걸로 봐서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라는 꽃말에 비춰보니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순간 순간 행복한 건 아닌가봐요. 떨어져 있어 혼자일 때 외롭고 더 그립고 그런 행복하지 않은 순간도 있잖아요.

 

지금 보니 자임랑 비슷한 리시안셔스가 델피늄 다음으로 많이 시들었어요. 제일 이뻤는데 꽃말이 '변치 않는 사랑'인데 역시 인간의 사랑은 변하는 것이 맞나봐요. 뭐든지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겠죠.

 

'사랑의 고백'이란 꽃말의 옥시페탈리움도 꽃잎이 이제 보니 타들어 가네요. 역시 인간의 사랑은 사랑을 고백한 후 사랑과 행복이 가장 넘쳐나다가 다들 저 꽃잎처럼 시들시들거리나봐요. 제가 한 이삼이 물을 안 갈아주고 게을렀는데 물을 매일 갈아줬더라면 좀 더 싱싱하고 오래 갔을텐데.

 

사랑이란 건 부지런해야 하나봐요. 매일 물 주고 돌봐주고 지켜봐주고 해야 그나마 인간의 사랑은 좀 오래 버티나봐요. 게으른 사람은 사랑 못하겠다, 그죠. 다행히 꽃보다는 그래도 뿌리를 흙에 둔 더 안정적인 화분들이 오래 가네요.

 

베고니아처럼 사랑이 싹 트는 초기에는 사랑과 행복이 가장 넘쳐나지 않나요? 시간이 흐르면 시들거리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흙에 물도 주고 습도에 민감하니까 앞에다 분무기로 물도 뿌려주고 그래야 예수님 십자가 양 옆에서 예수님 보좌하며 오래오래 갈 것 같은데. 시들지 않는 베고니아는 왠지 예수님이 저희에게 주시는 사랑 같아요. 뿌리를 잃어버린 꽃들이 아니라 단단하고 안정된 하느님의 품이라는 흙안에 뿌리를 두고 잇어서 그런가봐요. 언제나 저렇게 예쁜 꽃을 피우며 예수님 곁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화분을 사면 자주 죽였는데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 베고니아를 결코 죽이지 말아야 겠어요. 죽으면 나에 대하 예수님의 사랑도 끝이고 예수님에 대한 나의 사랑도 끝이다 이런 결사항전의 맘으로 ㅎㅎ. 저에 대한 신의 사랑은 변할리가 없는데 제 사랑이 문제네요. 맨날 주님고 함께 있는 걸 잊고 식사 시간 전에도 기도하는 것도 잊고 그냥 먹어대고. 휴 역시 인간의 습관이라는 게 너무 무서운 거 같아요. 사랑과 습관인가봐요. 데일리 루틴으로 익숙해져야지 안그러면 자주 까먹는 거죠.

 

다시는 화분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는데 습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괜찮겠죠? 언제쯤 영생하고 죽지 않는 경지가 될까요 좀 안심하고 싶은데 말이죠. 초기에 열정적 활화산 같은 상태가 지나면 Daily Routine으로 이뤄진 Stable한 사랑의 단계가 올텐데 그 상태도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좋죠 뭐. 익숙해져서 편안할 테니까.

 

제 꽃과 화분 얘기만 한참 했네요. 꽃말이 다 사랑이라 인지랑 정원의 사랑을 보니까 제 앞에 놓여진 꽃들을 보게 되더라구요.

 

이번 회차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더군요.

 

진실1.

 

피 묻은 복도를 지나 열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원이 들어오네요.

 

"우리가 특별한 거 같아요? 참 한결같이 이기적이네, 유아적이구. 왜 다 당신 마음대론데? 난 내 일에 충실할 뿐이에요.

그냥 루틴이라구요, 메뉴얼. 당신에게 평범한 일상을 느끼게 해주려고 아침마다 생선을 굽고 요리를 했던 것 뿐이라구. 그러니까 선 넘지 말아요...

 

알았으면 나가요, 여긴 내 공간이에요."

 

"아니잖아, 당신 공간. 그냥 빈 껍데기지. 아직까지 못버리고 있는거구."

 

그렇군요. 우리에게 공간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게 있어 공간이란 '추억'의 다른 말이에요. 제 가정사를 환기시키자면 언니가 자살해서 뛰어내린 이 아파트를 저도 안떠나고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자신의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 두 명의 남녀, 우리 정원과 인지의 심리가 이해가 됬어요.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넘쳐나도 그 외에 많은 추억이 있는 이 공간은 너무도 소중하거든요.

 

몇십 년이 지나도 책갈피에 꽃아둔 코팅한 가을 낙엽처럼 잊히지 않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다 시집가버린 언니들과 함께 했던 이 방 저 방 그리고 함께 밥을 먹었던 식탁, 냉장고, 부엌, 그리고 함께 TV를 보고 웃고 떠들었던 거실, 함께 편히 쉬었던 낡은 소파. 우리 집은 큰 언니가 그렇게 간 후 모든 곳을 리모델링 했는데 20년이 지나 엄마에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다시 리모델링해서 똑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어요. 

 

다행히 큰언니가 이곳에서 죽지 않아서 그런지 이곳에서 큰언니의 죽음을 크게 느끼진 않아요. 정원은 방에서 엄마가 목매달아 자살했으니 저보다는 트라우마가 더 컸겠지만, 정원이 몇살이죠. 한 서른 중반 되나요. 암튼 그 공간 곳곳에 스며든 30여년동안의 좋고 나쁜 추억을 결코 쉽게 놓아버리고 떠날 수는 없었겠고. 인지도 그 곳에서 도화랑 같이 밥 먹고 연습하고 싸움도 하고 추억이 많은 곳이니 떠날 수 없었겠죠. 그 둘의 지체됨이 전 충분이 이해가 되네요. 아직 과거의 상처가 정리가 안된 사람들에게는 집이란 공간은 빈 껍데기가 아니라 이야기 거리가 충분한, 밤 새서라도 얘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인거에요.

 

진실 2. 

 

"우리 봐야겠지."- "밥 먹자."

.....

"찌게가 좀 짜게 됬어. 계란말이 좋아하잖아."

 

"인지야, 그만해 이런거. 널 만나면서부터 잘못된거야. 니 엄마가 아니야, 너야. 우리면 됬잖아. 애초에 날 바꿀 필요도 누구에게 인정같은거 받을 필요도 없었다구. 니 욕심이 내 인생을 아작냈어. 지금도 내 탓을 하고 싶어? 널 여기 두고 나만 혼자 도망쳤다구? 아니, 내가 괴물일까 생각했어. 친구, 가족, 다 연락 끊고 비행기 타면서 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더라. 너한테 제일 묻고 싶었어. 내가 누구냐구. 난 니가 제일 무서웠어. 널 볼 수가 없었다구. 너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싶은데 그것도 아프더라. 날 왜 이렇게 만들었어. 너 왜 내가 널 볼 수 없게 만들었냐구."

.....

"5년전에 내 이 얘길 했어야 했어."

"5년전에 들었어야 했어."

"늦어서 미안해, 인지야."

"고마워.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줘서."

 

7,8회는 마무리가 되려다 보니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사건보다는 얽힌 타래들을 다 풀어내고 진실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다보니 주옥같은 대사가 쏟아져 나와서 중간 중간 포즈 누르고 다 적으면서 봤어요, 저 잘했죠? ㅋㅋㅋ

 

우리의 양성애자 도화는 인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줄거라고 생각 못했나봐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게 얼마나 힘든걸까요. 거기에 각자의 기대감이 끼고 관계에 판타지가 끼고 거기다가 과거의 상처까지 끼면 정말 말 그대로 헬이 되는 거죠.

 

한겹, 두겹, 세겹 상대를 껍데기 씌워서 바라보는데 제대로 된 사랑이 될리가 없겠죠. 아마 우리의 인지는 도화가 첫사랑이었나봐요. 그렇게 많은 기대와 판타지로 상대를 질리고 무섭게 만들었으니까. 관계에서 솔직함이 없으면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하죠. 관계의 유지됨과 진정성은 자신을 용기있게 까발리는 솔직함만을 담보로 얻을 수 있으니까요. 솔직함은 신뢰의 토대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의 도화는 인지를 신뢰하지 못했네요. 신뢰했고 믿음이 있었다면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밝히고 인지와 함께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있었을텐데. 그냥 도망가버렸잖아요, 무서워서.

 

이 둘의 사랑은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 모두가 쉽게 사랑하면서 저지르는 실수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는 것도 연습이 많이 필요하니까 말이에요.

 

인지가 흐느껴우네요.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 인지를 기다리는 정원을 보며 고개 숙여 주저 앉고는 소리까지 지르며 통곡을 하네요.

 

"그렇게 울만큼 슬펐어요?"

"아니요, 당신 얼굴 보니까. 모르겠어요 반가웠나봐요."

"반가워서 그렇게 울었음 변탠가보네."

(인지 미소)

"당신이 울어서 좋았어요."

 

이렇게 인지의 한많은 첫사랑이 정리가 되니, 정원이 인지에게 질문을 쏟아내네요. 음식은 뭐 좋아하는지, 음식 취향은 어떤지, 작업실에도 초대해주고 정원은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에요. 그렇게 인간에게 고통받고도 인지를 향해 두 팔 활짝 벌리고 마음의 문을 쉽게 여는 것 보니까, 특히 앞 신에서 인지한테 퇴짜 맏고 집에서 TV보는 인지옆을 어슬렁거리다가 눈치 보며 소파 끝자락에 멀치감치 앉는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마치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하다가 귀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엄마에게 삐졌지만 그래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혼난 어린 아이처럼. ㅎㅎ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진실 3.

 

진실이 또 드러나네요. 정원이가 거실 샹들리에에 달린 감시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 버렸어요. 인지가 말한게 아니라 염태성에게 위협받는 인지를 위해 CCTV를 집에 설치하려는 정원에게 기사들이 알려준거죠. 오 CCT의 존재도 알 수 있는 탐지기가 있나보군 놀라웠어요. 그런 곳에 감시 카메라를 단 서연이나, 인지가 공식적으로 불행해져야 갈 곳 없는 인지가 자기한테 올 거라며 행복해 하는 염태성의 모습을 보면서 참 사람마다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구나 느껴서 좀 무서웠어요. 전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는 편인데 그 중에 저런 사이코들을 만나면 진짜 된통 당하는 거잖아요. 이제보니 정원이가 정신병자가 아니라 정원과 인지에게 무섭게 집착하는 서연이나 염태섭이 정신병자였네요.

 

어느 불교 서적에서 읽었는데 10프로 집착하면 10프로 미친거고, 50프로 집착하면 50프로 미친거고 100프로 집착하면 100프로 미친거래네요. 웃기죠. 집착의 정도에 따라 정신병 정도가 드러나다니.

 

저같은 경우는 큰언니처럼 미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한 세월이 한참 있었는데, 뭐 그 성지갖 분과의 관계 외에는 크게 집착하며 살았던 적이 없더라구요. 돈, 명예, 권력에 별 집착은 안했는데 왜 사랑은 쉽게 포기가 안됬던 걸까요. 제가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신은 사랑을 통해 한 영혼의 영적 성장의 서사시를 쓰는 것 같아요. 돈, 권력, 명예로 영적 성장이 이루어 질 수 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오직 사랑만이 인간을 변화 발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미 과거로 흘러가벼린 그 수많은 인연과 관계에서 전 얼마나 성장을 한 걸까요. 아직 멀었다면 또 어떤 인연이 다가올까요. 상상만 해도 기대가 되요.

 

그 중에서도 지철님을 알게 된 게 제일 큰 축복이죠. 뭐 지철님은 만난적도 없는 우주대스타이긴 하지만, 제 주머니 속 조약돌로서 저의 많은 과거의 고통스런 상처와 피묻은 상흔들이 다 드러나고 이제는 정원처럼 혼자 설 수 있을만큼 치유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웃기죠? 지철님은 고해성사소에 계신 신부님마냥 아무 말없이 들어주신 것 밖엔 없는데 제 죄가 다 사해진 것 마냥 지철님을 알게 된 이 가을의 두달을 지나고는 너무도 과거에서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것처럼 가벼워요.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영접한 것도 그렇고. 삶은 너무 신기해요. 도대체 앞에 모퉁이를 돌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이 안되니까요. 물론 오직 주님만이 신의 계획서를 들고 계시고 그 모든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계실테지만요.

 

암튼 우리의 서연은 정신병자까지는 아니었나봐요. 그냥 임신한 자기가 너무 싫고 매일이 지옥같았다네요. 희생과 헌신으로 상징되는 모성애를 온 몸에 장착하지 못한 여자이니 뭐 이해는 되네요. 자기는 그렇게 아이 낳는 게 죽는 거 보다 끔찍해서 말라 죽어가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데, 남편은 살아갈 이유를 다시 얻는 사람 마냥 신나보였다니. 자기가 선물 포장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니 ㅎ. 자기가 아니라 아이가 선물이란 의미겠죠. 모성애가 없는 자기가 혐오스럽긴 했대요. 왜 신은 이 여인에게 모성애라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을까요. 이 여인의 읋조림에 조금은 저도 신의 의도가 궁금하고 이 여인에게 연민이 드네요. 아마 이 여인을 그렇게 만들어서 정원의 사랑을 못받게 해서 오직 신께만 의지하고 정원이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라는 의도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어디에도 시연이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말이 안나오네요. 오히려 새 남편에게 다시 가기로 했다니. 역시 좀 더 고통이 필요한 걸까요. 아님 신꼐서 이번 생애는 그냥 새 남편과 알콩달콩 살면서 행복이라는 기쁨의 맛을 좀 보는 쉬는 타이밍의 후반부 삶을 선물로 주신 걸까요. 잘 모르겠네요. 그 둘의 관계가 결혼의 연장 속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삶에서 고통이 크면 자그만 것에도 감사하게 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들의 고통이 만만치 않던데 뭐 잘 살 수 도 있을것 같아요. 그 둘, 맘껏 육체적 사랑하면서 ㅎㅎ.

 

 진실 4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진실 1이 아니고 진실 2가 드러났는데, 또 다시 제자리 진실1같은 진실4가 드러났네요.

 

하얀 옷을 입은 인지가 감시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버린 정원의 상처를 보듬어주려고 정원과 함께 즉흥 여행을 떠나네요. 즉흥 여행 좋죠. 전 계획 여행보다는 죽흥 여행을 떠나는 편인데 우리네 인생 자체가 우리의 계획대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신의 계획서일진대 우리가 무슨 꼼꼼한 계획을 세운다고 그것이 이루어 질까요. 여행도 인생의 모습 중 하나라면 어찌보면 우리네 인생의 모습은 계획보다는 즉흥성이 더 두드러지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즉흥적으로 순간순간 살다보면 마지막에는 묘비밑에 잠들겠죠. 라즈니쉬의 묘비처럼 이렇게 쓰여져 있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아차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ㅋㅋ 이건 예수님 만나기 전의 묘비고 그렇담 내 묘비에는 어떻게 쓰여져 있을까요, 궁금해요. 한번 생각 좀 해봐야 겠어요.

 

정원과 인지의 베드신이 아주 짧아서 매우 안심하면서 ㅋㅋ 우리의 인지와 정원은 예전에 대하교 때 이미 만난 사이에요.

 

"난 처음부터 알아봤어요."

 

엄마와 가족같은 젤 친했던 친구가 죽었던 납골당에서의 스침, 대학 졸업식에서의 만남. 그 때 사귀었더라면 금방 헤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정원이 말하네요. 근데 백번을 스쳐 지나갔어도 인지를 알아봤을거래요. 인지가 정말 좋고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고백을 하는데 인지 왈,

 

"이혼해요, 우린 끝내려고 온거에요."..."이제 나한텐 더 이상 계속해야할 어떤 명분도 없어요."

 

전 여기서 NM은 주님이 머무시는 천상의 나라고 흰 옷을 즐겨 입는 인지는 지구상에 고통 받는 영혼을 구원해주는 천사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NM의 대표인 이선도 마치 신의 선(Goodness)를 떠올리게 하고 인지가 정원과 헤어진 후 찾아 대표에게 인사한 후 나가는 복도에 깔린 기둥들도 마치 신전 기둥 같던데, 아닌가요? 나만의 착각인가?

 

아무튼 인지는 신의 구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상으로 파견되어 5번이나 결혼을 해서 영혼 구원의 역사를 잘 썼으나 이번에는 정말 정원이라는 배우자와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거죠. 그래서 자신은 이 결혼이 실패라고 정원에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정원이 내 사랑과 보살핌으로 완전히 치유된 듯 보이니 내 임무는 다했다 하며 떠나려는 게 아닐까. 마치 선녀처럼 천사처럼. 

 

진실 5.

 

근데 그게 아니었네요. 인지는 임무를 다한 천사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다 못해 정원이마저 죽이려 하는 놈 때문에 정원이를 떠나려던 거였군요.

 

"내가 다 잘못한 것 같아.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혜영이도 도화도 한정원도."

 

염태성인지 염태섭인지 미친 놈을 죽이러 가는 신에서 눈물을 흘리며 인지는 친구에게 말하는군요. 결국 정원이가 염태성 문자를 보고 그 숲으로 찾아오고 셋은 그렇게 마주했는데 결국은 못죽이는군요. 염태성을. 그 총은 실탄이 아니었어요, 공포탄.

 

"실탄인 줄 알았는데."

"그냥 두면 내가 쏠 것 같아서. 차라리 그럴 걸. 내가 죽여버릴걸."

"당신이 왜, 내 문젠데. 한정원씨 때문이라고 넘겨 짚지 말아요. 그런거 아니니까."

"내가 보호할 수 있어요. 우리 둘 다."

"다행이네. 그럼 한정원씨는 한정원씨가 지켜요. 이제 나도 그럴테니까.

그만하고 싶어요. 난 지/겨/워/졌/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정원의 차에서 내려 밤하늘을 보며 비틀대며 떠나가는 인지의 모습이

다시한번 천사같던데. 왜 인지는 하늘을 봤을까요. 자신의 실패한 프로젝트가 신께 죄송해서 그랬을까요? 네번이나 영혼 구원의 프로젝트를 그렇게 무심한 얼굴로 성공시켰는데, 다섯번쨰 구원의 프로젝트는 무심하고 냉담한 얼굴이 안되서? 사랑에 빠져버려서?

 

구원 프로젝트는 타인의 영혼을 위한건데, 다섯번재는 그 사랑으로 자신도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고 구원되는게 천사로서 신앞에서 자존심 상해서?

 

인지가 하느님의 임무를 받아 내려온 천사인지 아님 그냥 비밀계약결혼 에이젼시의 평범한 한 직원인지 정말 모르겠네요.

 

진실 6.

 

정원이의 집이 무너지네요. 드디어 정원은 이사를 가는건가요. 제가 그렇게 원했던 건데. 거기서의 정원의 추억이라는 거 과거의 상처가 80이라면 좋은 추억은 한 20되려나? 외아들로서 형제 자매도 없고 부모님이 전부인데 그 부모님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물려받았을래나? 거의 전무한 듯 해서 전 80줍니다. 나머지 20은 정원이 음악듣던 순간들과 인지와 함께 했던 좋은 나날들로 20줍니다. 잘했어요, 정원. 과거는 지나갔어요.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책상 밑에서 커다란 헤드폰 음악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가 엄마를 퍽퍽 때리던 참혹한 폭력의 소리에서 도망치려던 17살 어린 소년이 아니에요.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어른 몸매만큼이나 성장했으니 한 30살쯤 되려나. 아직 몇년이 남았군요.

 

"고마웠어요, 한정원씨. 당신한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백그라운드 음악이 흐르네요.

 

What if we die...to stay alive. We are...very free from the past...You know I'm your Savior....

 

오 역시 제 예상대로 인지는 정원에게 있어 그의 고통을 치유하여 영적 성장을 가능하게 해줘서 구원의 역사를 쓰는 예수님같은 존재, 바로 Savior 구원자였어요.

 

진짜 천사였나? 임무를 마치고 하늘나라에서 하느님의 우편에 앉아 쉼이 보장됬던 우리의 착한 천사, 인지는 하늘나라로 날아가는 것을 포기했나봐요. 왼쪽 날개가 꺾여버린걸까? 뒤뚱뒤뚱 날지 못하는 새처럼 그렇게 이 세상에 안착해버렸네요.

 

그럼 정원과 같이 살면서 알콩달콩 깨볶으며 살지, 첫번쨰 말고 두번째 우연히 만나는 같이 살자는 또 뭔 얘기람? 허허.

우리의 인지, 천사로서 너무 자존심이 세군요.

 

정원이의 새 집을 보여주는 다음 신으로 숲 장면이 잠깐 나오는 건 뭔가요? 정원의 집은 이제 숲이란 얘긴가? 전 정원이 이사갈 때 인지로 상징되는 그 큰 나무를 가지고 갈 줄 알았는데. 암튼 뭐 정원이 숲 속 작은 아담하고 cozy한 오두막에서 모모란 흰 고양이랑 이름 모를 검은 고양이랑 같이 사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근데 콩나물 무침을 만들면서 외롭다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왠지 조만간 인지와 조우할 것 같아요.

 

신은 자신을 내친 천사라도 결코 그녀를 향한 신의 사랑을 저버리지 않네요. 신의 사랑은 참으로 믿음직스러워서 자신의 창조물인 사랑스러운 두 피조물의 사랑을 지켜보지만은 않네요. 신의 장난으로 둘은 처음으로 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인지는 그 바로 전에도 지나가는 정원을 봤는데, 그렇다면 인지에게는 정원이 두번째 조우인데 우리의 인지는 너무 자존심이 세요.

 

인지야, 나의 사랑하는 캐릭터. 나를 너무도 닮은 너, 자존심이 센 것마저 닮았구나. 근데 내가 살면서 느낀건데, 자존심이 밥 먹여주지 않아. 사랑은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돼. 내 앞의 상대가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고 주님, 하느님의 성스런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존심 다 내려 놓고 무릎 꿇어야 돼. 그래야 결혼해서도 그 레이블 대표랑 아내처럼 이혼 신청서에 도장 안찍고 살 수 있단다. 내가 보기엔 그 둘 결혼 전에 서로 각자 고통이 넘 적은 것 같더라. 불에 데인 듯 고통스러운 지옥같은 순간들을 지나면 애기들 크면서 널부러진 엉망인 장난감 치우는 거, 애기가 네 옷에 포도주스 흘리는 거, 엄청나게 설겆이 쌓인 거 지겹도록 보면서 치우는 거, 자기 일도 없이 맨날 남편이랑 아이 뒤치닥거리하는 거 그거 축복의 순간이야. 일이 뭐 별거니? 가정주부의 삶이면 그런 소소한 일상이 일인거야. 남편 카드로 피부과 가는거 힘들게 잃면서 돈 갖다 주는 남편에게 감사해야 될텐데. 아직 고통이 덜하구나.

결혼이 뭐 별거 있나? 그렇게 다 사는 거지.

 

정원 말처럼 그냥 가족처럼 사는거야. 같이 장보고 맥주 한잔 하며 먹을 반찬거리, 안주거리도 사고 둘이 카트 밀면서 이건 너무 많아, 우유는 저게 좋다 타박도 하고. 그렇게 쪼잔하게 소시민적으로 사는거야. 소시민에게 자존심이 있을까.

인생 뭐 별거 없다, 인지야.

 

하하하, 막바지에 이르니 저도 인지에게 한 수 더 가르쳐 주네요. 지혜로운 인지, 제 말 새겨 듣겠죠? 집착 없는 사랑만 하더니 사랑앞에서는 우리의 할머니 영혼 별거 없네.

 

우리의 할아버지 영혼이 된 정원도 뭐 결혼하면 잘살것 같네요.

 

"나 이혼당할 것 같애."

 

"나/쁘/지/ 않/아."

 

ㅋㅋㅋㅋㅋㅋ 회사 대표인 후배가 이혼할 것 같다고 하소연하니까 정원이 하는 말 듣고는 박장대소 했어요.

 

와 우리 애기같던 정원 진정한 사랑 한번 받더니 완전 완소남 됬어요. 저렇게 결혼에 대한 집착이 없고 기대치도 없으면 뭐 잘살겠네요, 둘이. 인지가 자존심만 좀 덜 부리면, 하하하.

 

인지도 정원없이 영화관 가서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음악 한정원 이름보며 미소 짓지 말고 그냥 정원이랑 같이 봐. 공포 영화라 무서워하는 정원에게 팝콘 건네주면서 예전처럼 깔깔 웃으면서.

 

인지야, 정원아 행복해라,

 

지철님, 정말 잘 봤어요. 이런 명작을 만드시느라 얼마나 고되고 힘든 과정을 거치셨을지 상상이 안되네요.

친구들에게도 많이 소개했어요. 꼭 보라고. ㅎㅎ

좋은 작품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또 뵈요. 다음엔 빅 마저 보고 감상문 올릴께요.

잠복근무

어느 멋진 날

고요의 세계도 남았군요.

오징어게임2에 쇼비즈니스인가도 찍으신다는데 와,

이렇게 제 삶에 알사탕이 많으니

전 얼마나 행복한가요?

 

저 사실 알사탕 별로 안좋아하긴 하는데

포장지에 지철님 얼굴이 장식되 있어서

수집하느라 먹는거에요.ㅎㅎㅎ

 

암튼 지철님을 알게 되어 제 삶이 풍요로워진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또 뵈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