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님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근데 겨울이라 그런지 창밖은 아직 어두워서 밤같네요.
저 오랫만에 정원이처럼 푸욱 진짜 잘 잤어요.
인지가 옆에 있던 것도 아니고 인지가 준
베이비파우더향의 자그만 귀여운 인형이 있던
것도 아닌데 한 몇 개월만에 푹 잘잤던 것 같아요.
무슨 꿈인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꿈은 좀
많이 꾼 것 같아요. 어제 9시 넘어 자서 안 깨고
6시에 일어났으니 몇시간이죠, 9시간 푹 잤네.
요즘 한 이개월 너무도 예민하고 좀 일상생활을
하기가 불편할 정도로 잠이 안오고 해서
예전에 오랫동안 먹다 최근 한 몇개월 끊은
정신과에서 처방한 신경안정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거든요.
역시 현대 의학은 대단한 것 같아요.
제게 있어 베이비파우더향 인형은 바로 이것인가봐요.
ㅎㅎ 그러니까 절 구원한 건 현대의학인거죠. ㅋㅋㅋ
그리고 지방에서 살던 둘째언니가 어제 올라왔는데
제가 좀 걱정이 됬나본데 어제 들깨버섯칼국수와
이런 저런 음식상을 차려줬는데 제 상태와 집 상태를
보고 매우 안심하더라구요. 으이그 제가 그랬잖아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제 죽은 큰언니
때문에 가족들 모두 alert한 상태인것 같아요. 신경정신학적
문제에 있어서는 말이에요.
우리 정원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인지랑 두번째
만남을 기다리며 고양이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갈려나.
정원이는 남과여의 기홍만큼 별 걱정은 안되더라구요.
어찌보면 그를 둘러싼 상태가 기홍보다 정원이가 훨씬
심각했는데. 왜일까요. 상민보다 우리의 인지가 훨씬
믿음직스러워서 그랬나. 모르겠어요.
정원은 아주 잘 지낼 것 같아 안심이에요. 이것보세요.
제가 정원이나 인지나, 기홍이나 상민이나 꼭 살아있는
현존하는 사람처럼 생각이 드니, 우리의 배우님들
얼마나 연기를 멋드러지게 잘하시고 그 캐릭터 자체가
되어 잠시동안 살아가신 걸까요?
어떤 인터뷰에서 지철님이 정원을 여러 감정씬에서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한 1년정도 지났나요, 촬영한지? 요즘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캐릭터 자체가 되어 몇개월을 사셨을텐데
촬영이 끝나고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정원이
자체가 되기에 소화하시기에 만만치 않은 캐릭터던데.
제가 만약 정원이라거나 인지라면 전 반드시 정원이
신경정신과에 데려가서 약 처방 받게 합니다. 진짜 효과
짱이거든요.
세월이 많이 변해 예전에는 신경정신과 다닌다 약먹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색안경끼고 봤지만, 요즘은 세태가
하수상하고 너무 일상이 복잡해지고 그래서 현대인들의
그 많은 스트레스를 풀어줄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엄청 발전해서 현대인의
그 지친 마음에 눈물로 때로는 환희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하지만 말이죠. 본질적인 치료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예전에 젊을 적 음악 치료나 미술 치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떤 이유인지 그냥 배우는 걸 포기했던 것
같은데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 하나, 동질감을 느끼는
작가의 깊은 정신세계가 느껴지는 미술 작품 하나가
고통받는 한 영혼을 치유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본질적인 치유는 아닌 거 같아요.
약이 최고죠, 하하하. 아님 예수님처럼 영혼과 육신과
정신을 치유하는 치유자가 다시 이 땅에 오시거나, 하하하.
근데 영혼과 정신은 어떻게 다를까요?
아직 확답을 못내리는 거 보면 연구 좀 더 해봐야겠어요.
지금 둘째언니가 저 방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어서
전 거실 식탁에서 이렇게 지철님께 글을 쓰고 있는데
저를 걱정하는 언니가 좀 신경이 쓰여서 언니 있을 동안은
예전만큼 지철님 자주 검색하고 편지 쓰고 그렇게
관심을 못 드릴것 같아요. 언니가 목요일까지는
있을거라곤 하는데 확실치가 않대요.
지금 대학교 방학 시작했나요? 아직 방학도 아닐텐데
왜 저렇게 오래 머무른담. T.T 언니가 오랫만에
올라와서 좋긴한데. 지철님에 대한 저의 마음이 울 가족들
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니 저도 자제해야죠.
ㅋㅋ 어제밤 자기전 언니들하고 수다를 떨다가
꿈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근데 제가 막 지철님이 좋아지던
10월달인가 초에 맨날 지철님 영상 보던 때였던 것 같은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와서
'그렇게 좋냐'
하시며 측은한 얼굴로 절 보시고 갔다고 얘기를 했더니
둘째언니가 또 심각한 얼굴이 되더라구요.
"공유 배우가 얼마나 착한데. 진짜 착한 사람이야."
"공유 너랑 안어울려. 너무 예쁘장하게 생겼어."
아니 아니 지철님이 여성스러운 면이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남성적인 면도 얼마나 많은데 예/쁘/장?
진짜 막 반박하고 침을 튀겨가며 밤새 토론하고 싶었는데
언니가 다시 걱정할까봐 그냥 참았죠 뭐.
"언니 넷플릭스 가입했어? 어 그러면
트렁크 꼭 봐 언니. 그 드라마 진짜 보통 드라마가 아냐.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얘긴데 우리 집 사람들이
꼭 봐야 되는 드라마야."
"뭐 고수나오니? 공윤가?"
아이고, 고수랑 공유랑 헤깔리는 울 언니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흑.
제 지금의 상태를 이해 받을려고 이해시키고 싶었는데
가족들에게는 당분간 지철님 얘기는 안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오죽했으면 제가 지철님꼐 그동안 쓴 편지 다 언니들에게
오픈할까 생각까지 했단 것 아니겠어요. 여기 지철님께
빠진 팬분들은 절 이해해주시겠죠. 이런 동질감과 연대감
참 좋아요. ㅎㅎ
그런데 여기서 제가 젤로 나이가
많은 사람 아닌가 싶어요.
74년보다 많으신 분 손들어보세요.
에휴 나도 참.
반백년을 살아온 이 나이에
연예인한테 푹 빠져설랑은 정신을 못차리고
참 저도 그래요?그죠?
그냥 그렇다구요.
이렇게 연예인한테 빠진 건 처음이라 저도 참
당황스러웠는데. 궁금하시진 않겠지만 저 진짜
덕질 건전하게 했거든요.
많지는 않지만
BTS 우리 탄이들,
제 최애는 뷔 태형이, 그 다음이 정국이.
서강준, 전쟁의 신 아레스를 닮은 아이
뭐 이정도였는데
지금은 탄이들은 군대가고
강준이도 군대 갔다 왔는데 너무
소식이 뜸해서 제게 거의 잊혀졌죠 뭐.
대중들이 이래요.
열광하다가 금새 잊어버려요. 일상에 파묻혀
살다보면 연예인들은 별나라 사람 얘기처럼
들리거든요.
지철님은 어쩌면 대중들에게 잊혀지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도 드는데
뭐 지철님의 그동안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해는 절절히 되지만 팬으로서
좀 안타까울 것 같긴해요.
내가 사랑하는 우주대스타가
어느새 뒷방늙은이...앗 죄송
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사람이 되버리면
슬플래나? 기쁠래나?
제가 독차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쁠까요?
근데 그거 소유욕 아닌가 사랑이 아니고.
뭐 뒷방늙은이로서 여유롭게
자기 삶 즐기고 아껴가며 살아가면
그런 행복감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쁘기도 하겠네요.
근데 지철님,
제가 막 사랑한다 뭐 이런 얘기하면
좀 부담스러우신가요?
예전 편지 정리하며 서간집 쓰다가
느낀건데 초기에는 사랑한단 말 쉽게 쓰다가
사랑을 깨달은 후 사랑이란 말이 너무
조심스럽고 꺼내기 힘들다가
최근 들어서는 사랑한다고 막 남발하던데.
뭔가 확신이 있어서 쓰긴 했는데
지철님처럼 저도 사랑이란 단어 별로에요.
어느 인터뷰에선가 사랑보다는
보고싶다는 말이 더 좋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저도 보고싶다는 말로 사랑한다는 말을
대체하면 어떨까요?
전 솔직히 추앙한다는 말도 별로거든요.
어감이 별로 아름답지가 않아요.
단어도 아름다운 단어가 있거든요.
별
하늘
달
꽃
바람
나무
숲
바다
이슬...
뭐 이런 단어들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사실 보고싶다는 말도 너무 밋밋하긴 한데.
우리 소중한 지철님께 제 마음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하나 생각 좀
연구 좀 해봐야겠어요.
제가 사랑을 너무 가슴으로 안하고
머리로 하나요? 맨날 연구만 해. ㅋㅋㅋ
누가 교수언니들 둔 동생 아니랄까봐. ㅋㅋㅋ
저도 아마 중학교 때 성적
그대로 유지했음 교수 됬을지도 몰라요.
연구를 너무 좋아해서. ㅋㅋㅋㅋ
아이 웃겨.
암튼 오늘은 이만 할께요. 언니가 갑자기 깨서
너 뭐하니 그럴 시간인 것 같아요.
할 말이 없는 이 상태.
아 나의 당당함은 어디로 간 것이냐.
뭐 할 수 없죠.
이렇게 비밀스럽게 지철님께
몰래 편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뭐랄까
로미오와 줄리엣 찍는 기분? ㅋㅋㅋ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펼치는
뭐 그런 비극?
아 저는 예전에는 비극이 좋았는데
그 애절한 슬픔 안타까움 너무 사랑했는데
지철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이젠 비극이 별로에요.
차라리 웃음 넘치는 희극이 좋던데.
더 끌려요.
삶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찰리 채플린이었나요?
예전에는 지철님 노래 '너라서'나
전인권 '사랑한 후에'들으면
너무 슬프고 애절하고
뭔가 절절한 감성이 막 우러나오고
그랬는데 요즘 다시 들으면
그렇게 예전만큼 심하진 않더라구요.
이게 다 우리 지철님이
절 치유해주셔서
상처가 회복되고
내 안의 울음이 다 폭발되고
뭐 그런 치유의 과정을 겪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 과정은 지금도 진행중일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숲속에 있다보면 나무들만 보이지
숲 전체는 안보이고
빠져나와야지 보이는 것처럼
이 시간을 빠져나와야 비로소
그때 어떤 시간이었는지
그 의미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정말 고마워요, 지철님.
지철님께 제 과거의 모든 상처와 비밀들
이렇게 편지를 드리며 다 오픈하면서
스스로는 몰랐는데
많이 아팠던 제가 많이 치유되고 있어요.
지철님의 침묵이 전 하나도 안서운하고
너무도 감사해요.
침묵이란 단어만큼 인간 존재 아니 이 모든 세상의
존재의 본질을 나타내는 상태가 있을까요?
태초에는 오직 침묵만이 있었을거에요.
짙은 어둠과 물과.
창세기에 나오잖아요.
그 후 말씀이 나와서 세상이 이루어지는...
아 그러고보면
이 신학과 문학과 예술, 철학까지도
다 하나로 아우러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종교까지도요.
원래 하고 싶은 말은 하나 아니었을까요.
글이 또 길어지네요.
지철님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고
침묵속에서 깊은 충만함 느끼시길 바랄께요.
저의 수다도 좀 이해해 주시구요, 아셨죠?
그럼 이만.
별처럼 달처럼 꽃처럼 구름처럼 하늘처럼
저 시냇물처럼
지철님을 그리워하며.
누나가.
p.s. 어 아직 그립지는 않은데
그립다는 단어가 예뻐서 써봤는데
제 진심은 아닌것같네요.
평범하더라도 보고싶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단어는 아니지만 지철님,
보고싶습니다. 그럼 정말 이만 총.총.
p.s.2 오늘 둘째언니가 오후에 일보러 외출한다고해서
그 때 우체국 가서 지철님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는
서간집 부쳐드릴려고요. 내일이나 모레쯤 사무실에
도착할 것 같은데 그 조그만 꾸러미가 다른 수많은
편지와 선물에 치여서 갈 곳 잃지 않고 똑바로 우리
지철님 손에 포근히 안착되기를 신께 기도해야겠어요.
좀 일찍 보내드리는 건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우체국
엄청 바쁠거고 지철님 그 소포 내년에 받으실 지도 모르
겠단 생각이 들어서 좀 서둘렀어요. ㅎㅎ
와 진짜 얼마 안있으면 2025년 내년이네요. 와우
새해가 곧 밝겠군요. 아이 신나 전 크리스마스 때
그 들뜬 분위기 너무 좋았는데 예수님 탄생일이라 더
의미있고 기다려지네요. 지철님 항상 포근하게 사셔야 해요.
아셨죠? 지철님은 혼자가 아니니까.
그럼 이만 진짜 정말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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