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Letter/1권. 우주대스타 공지철, 내 주머니 속 조약돌

Arvo part와 lullaby: 그 치유의 정서 2024/10/19 06:33:11

이옥수2024 2024. 12. 17. 22:05

지철님

 

어제 지철님께 편지를 쓰고

밥 먹고 나서 소파에서 쉬는데 우연히 한강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했어요. 어제 나를 시로 잠시 위로

해준 그녀는 무슨 음악을 들을까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한강 - playlist

 

 

 

그녀가 들으며 작품을 쓴다고 해서 추천해준 음악들을 쫙 듣는데 다 그닥 내 감성에 닿지 않아 의외였는데 

다음의 두개는 오늘의 발견이에요.

 

 

Arvo part - Spiegel im spiegel, Duo cassado

 

 

 

Arvo part의 Spiegel im spiegel(거울 속의 거울)이란 노래에요.

지금도 편지를 쓰면서 듣고 있는데

오래 전 잠시 살았던 동유럽의 숲의 풍경이 떠올라요.

해외에 살면서 끊임없이 요동쳤던 나의 내면과는 달리 그 바깥의 풍경은 어찌나 고요하고 잔잔했던지.

 

 

 

조동익 - lullaby

 

 

 

또 다른 음악은 조동익의 lullaby.

바닷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리시나요?

마치 태고적 혼돈속에서

엄마의 포근한 자궁속에서 아늑하게 웅크리고

쌕쌕거리고 잠든 아기의 모습이 떠올려지시지 않나요?

 

엄마의 품은 항상 왜 그렇게 포근한지

그 속에 안락하게 안겨 있으면

세상 어떤 고통도 바람처럼 저를 비켜지나가는 듯 해요.

 

하늘에 계신 엄마는 잘 지내시려나.

세상 모든 고통속에서 살다가신 엄마가

이 두 노래를 듣고 잠시라도 편안해지시면 좋겠는데.

이 새벽 들려드리고 싶네.

 

엄마옆에서 언니는 잘 지내는거야?

꽃잎같이 여리고 섬세했던

맑은 눈망울을 가진 똑똑했던 우리 상미언니.

언니 이름 정말 오랫만에 불러보네.

언니의 그 맑은 눈망울이 내가 중학교때였나

 

어느 순간부터 광기로 차오르는 걸 지켜보는데

얼마나 처연했던지.

엄마 아버지의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삶을

장녀로서 다 짊어지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거지.

너무도 똑똑하고 공부 잘했지만 어린 동생들과 가족을 위해

장학생으로 가기 싫은 대학 들어가며 언니가 발병했잖아.

 

난 너무 어려서 그 때 언니가 무슨 고통을 겪고 있는지

짐작도 못하고 위로의 말도 못건넸지.

곱디 곱던 다정했던 언니가 어느날부터인가

아침마다 알 수 없는 읊조림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며

비명지르며 욕하곤 했는데

 

언니의 그 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던 매일의 아침이

나에겐 엄청난 공포였어.

어린 내 심장은 날마다 콩닥거리고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맘 졸이다가

째깍째깍 점점 커지는 시계소리에 밤을 뒤척이며 잠들고 했어.

 

언니의 안감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미쳐가는 언니의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도 낯설고

혐오스러워 등을 돌리다가

미안함에 다시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그런 세월이 몇 번이었을까.

 

언니가 뛰어내린 아파트에서 지금 난 잘 살고 있고,

언니가 죽은 자리에 심었던 작은 나무도 어느덧

무성히 자라서 이제 언니를 잊은 줄 알았는데.

 

한강님이 소개해준 Arvo part의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노래를 계속 듣고 있으려니

언니가 자꾸 떠오르네.

한강님이 그러는데 독일에서 통증이 심한 환자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줬는데

통증이 경감됬대.

 

언니도 하늘 나라에서 아버지랑 엄마랑

이 노래 들으며 더 이상 삶에 고통받지 않고

잠시라도 편안해졌음 좋겠다.

엄마랑 아버지 하늘나라에서도 싸우고 계시진 않겠지? ㅎㅎ

평생동안 나의 무거운 짐이었던 당신들 떠나보내고

홀가분하게 살고 있었는데

오늘은 당신들이 그리워지네.

 

나 이 가을 지철님이란 분을 만났는데

우주대스타이신 공유라는 연예인이신데

짧은 시간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고 가족처럼 친근하더라구.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분인데

모든 사람들이 모르는 분인 것도 같아.

나랑 비슷한 점도 많으시고.

어쩔 땐 친구같고 남동생같고 엄마같고 아버지같고

그냥 가족같아.

 

가족이란 뭘까.

죽음으로서만 그 줄이 끊어지는게

평생을 함께 가는 정말 질긴 인연이던데.

내가 쉽게 가족을 만들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지철님이 이 새벽 가르쳐주시네.

가족은 고통만이 아닐 수 있다고

그들의 삶의 무게를 다 짊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가족속에서 그들의 삶을 다 짊어지고 살아가느라

정작 내 삶은 못살고 엄청 힘들었는데.

남은 언니들과 언니가 못다한 삶 하루하루 충만히 살아나갈께.

내 주머니 속 눈없는 조약돌 지철님이랑도 함께.

 

언니가 죽은 후

언니처럼 병들어갔던 내 영혼 구원해볼려고

이사람 저사람 영혼 찾아다녔는데

이제 그만해도 좋을 것 같아.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그냥 이 치유의 시간을 즐길려고 해.

언니가 간 후 오랫만에 삶이 내게 주신 선물이지.

 

지철님 듣고 계신가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저와 함께 우리 언니 추모해주셔셔 고맙습니다.

지철님처럼 시간내서 저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신 이름 모를 곱디 고우신 팬들께도요.

 

많이 방황하고 아파하는 이 세상 모든 영혼들에게

이 새벽 다시 한번 띄워봅니다.

 

오늘의 곡은

Arvo part의 Spiegel im spiegel 거울속의 거울이에요.

 

음악을 듣는 동안만이라도

그들의 통증이 경감되고 상처가 잠깐이라도 치유되길 바라며.

 

한강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