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Letter

친애하는 공지철님께2 2024/10/08/ 00:26:18

이옥수2024 2024. 12. 3. 23:36

2024/10/08 00:26:18

 

안녕하세요 지철님

잠이 안와서 지철님꼐 두번 째 공개 편지를 씁니다.

 

오늘 저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고 나서

첫번 째 편지에서 약속드린대로

지철님의 남과 여랑 도깨비를 보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왠지 맘이 내키지 않았어요.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전도연이라는 배우와

김은숙 작가의 통속적인 이미지가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게 한 것 같아요.

 

공유란 배우의 늦은 발견으로

저의 얄팍한 고정관념이 꺠지는 경험을 했는데도 말이에요.

 

왠지 대중이 환호하고 몰려가는 것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저의 오래된 못된 습관 같아요.

 

친구들이 나이에 맞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 평수도 늘리고

그렇게 살아가는데도,

전혀 그런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외딴 삶을 살았는데,

느지막히 철들어 사람들 보폭에 맞게 살려고

하루 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저였는데

아직 변하지 않은 게 있었나봐요.

 

사람들이 정신차리고 하루 하루 성실히 살아갈 때

제가 삶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다고

인정한 한 사람 따라서

그 사람 나라에 가서 살면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내가 사랑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고

그냥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소셜 포지션이 중요했던 그 사람은

그에 걸맞는 파트너를 원했고, 여자로 다가오는 줄 알고

전혀 곁을 안주고 격식에 맞게만 대하고

저를 엄청 밀어냈거든요.

 

많이 아파하고 상처 받고 애닲아한 시간들 때문에

내가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 같아요.

 

지금은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 그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이젠 담담히 말해주고 싶어요.

 

단지 당신 앞에 펼쳐진 당신의 우주가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내 우주도 당신에게 펼쳐보이고 싶었다고.

 

그러고보니 지철님이란 존재도 공유란 배우도

남자로서 사랑하거나 그런게 아니고 그냥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고목나무에 꽃이 피듯이 오랫만에 새로운 사랑이

내게 찾아왔나하고 잠시 설레였는데 ㅎㅎ

 

그냥 지철님의 눈 앞에 펼쳐진 

지철님의 우주가 궁금하고,

지철님의 우주속에 별들은 어떻게 빛나는지

달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은하수는 어떻게 흐르는지

저의 우주속의 은하수와 가끔 만나기는 하는지,

 

이 카페에는 지철님과 함께 한

배우 공유와 20여년을 함께 한 많은 분들이 있는데

겨우 며칠 동안 공유님을 알고 나서

무슨 정신적인 유대감이 있다고

잠도 안자고 이 밤에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지

제 자신이 좀 우스워져서 기분이 좀 가라앉네요.

 

아무튼 '남과 여'랑 '도깨비'는 시간을 좀 주세요.

지철님이 옆에 계시면 어떤 작품을 먼저 보는 게 좋을까

여쭤보고 싶은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일단 제가 찜해서 보도록 할께요.

 

지철님의 세계를 흐르는 시간과 관계 없이

조금이라도 열어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행운인 것 같아요.

 

커피 프린스처럼 십 몇년 지나고

도깨비를 보지 않도록 주의할께요, ㅎㅎ

 

그때쯤이면 하얀 백발에 정장을 입고

공유님이 또 다른 멋진 노년 신사의 로맨스를 찍고 계실려나.

 

깊은 밤 편히 주무시고

내일 주어진 하루도 열심히 살아봅시다.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또 편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