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님 잘 주무셨어요?
새벽에 인사드렸는데
일하다 말고 벌써 세번째 편지를 쓰려고 또
펜을 들었어요. 정확히는 핸드폰 화면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ㅎㅎ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고맙게 여겨져요. 그 사람의 창조성과 독창성이 인류 역사와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잖아요.
딴소리 그만하고
답장없는 허공의 메아리 같은 이 편지를 오늘도 꼭꼭 눌러쓰는 이유는 그래도 이 편지를 통해서나마
지철님께 닿을 수 있고 여기 지철님을 아끼는 많은 분들과 함께 현재의 저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이러다가 매일 편지 드리는 것 아닌지 몰라요.
이 나이에 이런 정열이 아직 남았다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그러네요.
지금 직장인데 점심 먹으며 잠시 쉬고 있어요.
6일간의 휴가동안 드라마를 통해 지철님을 발견하고 나선 하루종일 지철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아요. 뭐랄까 지철님이 내 머리 속에 들러 붙어 있다고 해야 하나. 하루 종일 지철님을 이고 일을하고
있는데 별로 일에 방해되진 않아요. 제가 칼과 불을 갖고 일하는 일이라 위험할 수 있어서 순간 순간
집중하며 일하거든요. 마치 애기를 등에 업고 일하는 애기 엄마처럼.
지철님이 다행히 얌전히 계셔주셔서 지철님께 무슨 말을 건넬까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요. 지철님을
생각하면 온갖 생각들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는데 주체를 못하겠고 하루 종일 지철님과 앉아서
얘기하고 싶고 그래요. 감정이 용솟음치는 건 아니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들어 주시길,
15살 소녀도 아니고 나이는 먹을맡큼 먹었는데 자꾸 지철님이 생각나고 한결이의 눈빛이 자꾸
떠오르고 그래요.
지철님은 이미 탈을 벗어버리고 자유로이 공지철로 살아가시고 있을텐데 배우로서 한결의 이미지에
갇히기 싫고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으셔서 이런 얘기가 좋지 만은 않으실텐데 저는 홀로 과거에 갇혀서
한결이의 세계에서 헤매이는 것 같아요.
무엇이 저를 이토록 끄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가공의 청춘들의 사랑 얘기일 뿐인데 그들의 싱그럽고
푸르른 젊음과 사랑을 바라보는데, 그 세계에 함꼐 살고 싶기도 하고 그런가봐요.
자꾸 생각나는 것이 이것이 한결이라는 캐릭터에 빠진 건지 인간 공지철에게 빠진 건지 배우
공유한테 빠진 건지는 잘 모르곘는데 단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목에 친애하는 공지철님께라고 쓴
걸 보면 그냥 인간 공지철에게 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가시나무새 영화가 떠오르네요.
젊은 신부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그 신부가 사랑하는 소녀는 질투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젊을 때는 그 할머니가 참 추하고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그 할머니가 안쓰러워져요.
저도 이제 주름이 하나 둘 씩 생기고 새치가 올라오는 나이인데 그 할머니의 얘기가 남의 일같지 않아요.
저도 나이 들어 욕망을 많이 내려 놓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면 위에 난 줄기만 거세해버린거지
그 뿌리는 남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ㄷㄹ고 새치가 올라올 때마다 하나씩 욕망을 내려놓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많이 하지 않고 단순하고 평탄하게 살고 있었는데, 드라마 한편 보고 배우에 대한
생각에 푹 빠져서는 주위에 이야기하면 나이 들어 얼빠진 짓 한다고 할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그렇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제 삶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이제껏 하고 싶은대로 살아왔고 다른 사람 생각에 그닥
구애 받지 않고 살아와서 생긴대로 자유롭게 그냥 절 내버려 둘래요.
이 상태가 영원히 가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란 것이 생각이란 것이 감정이란 것이 그렇더라구요. 하늘의
떠도는 구름같고 흐르는 시냇물같아서 형체도 없고 실체도 없고,
예전에는 생각과 감정에 빠지면 현재를 잊고 순간에 충실할 수 없어서 솟아오르면 막 억누르고 살았는데
생각해보면 생각에 빠진 순간도 감정에 빠진 순간도 내가 현재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증거더라구요.
구름은 지나도 청정한 하늘이 남는 것처럼 오고 가는 생각과 감정속에 오직 숨쉬는 나만은 남아있다.
생생한 현재의 나를 느끼고 부터는 흘러가는 생각과 감정이 가끔 무섭긴 해도 젊을 떄처럼 집착하진
않는 것 같아요.
지철님 우리 친구할래요? 친구 먹자구요 ㅎㅎ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와 이렇게 지철님과 무지막지하게 떠들 수 있어서 기분 좋다. 그동안 지철님이 저히에게 많은 이야기
들려주셨으니 저도 저의 얘기 많이 들려드리도록 노력할께요.
뭐랄까 지철님은 분위기가 가끔 엄마같고 아버지같고 그래요.
무슨 얘기든 들어주는 엄마같고 잘못하면 혼내는 아버지같기도 하고.
지철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모성애와 부성애가 소외된 이웃을 걱정하고 신경쓰고 챙기고 보호하려는
모습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인류애를 발휘해서 이웃을 걱정하며 따뜻하게 보듬고 사는 행복한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도록
할께요.
가족의 작은 울타리를 넘어 전 인류 나아가 전 생명체가 행복한 세상을 밥 먹다 말고 꿈 꿔 봅니다.
다음엔 제가 가족의 멍에로 인해 느꼈던 젊을 적 고통에서 헤어나온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들어주실거죠?
고맙고 감사합니다.
점심 맛나게 드시고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보내세요.
또 편지드릴께요.
'Today's Let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애하는 공지철님께6 2024/10/10 01:55:35 (1) | 2024.12.09 |
---|---|
친애하는 공지철님께5 2024/10/09 15:57:11 (0) | 2024.12.07 |
친애하는 공지철님께4 2024/10/09 10:52:25 (3) | 2024.12.06 |
친애하는 공지철님께2 2024/10/08/ 00:26:18 (2) | 2024.12.03 |
친애하는 공지철님께 2024/10/6 17:28:21 (1) | 202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