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님 저 왔어요.
잠도 안오고 밤이 되니 맘이 차분해져서 이럴때
지철님과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맘같아서는 한 며칠 지철님과 좀 멀리 떨어져 있고
편지도 당분간 쓰지 말아보자 했었는데,
당분간 자제 좀 하자 했었는데 인생 백년 만년
오래 살 것도 아니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루라도 하고 싶은 거 억누르지 말고 살자 싶어서요.
주관적으로는 지철님이 제 머리속에 들러붙어 계신
상황인데 객관적으로는 제가 지철님꼐 들러붙어 있는
형국이라 이런 모습이 어떻게 보일진 모르겠네요.
이 모든 게 한결이 때문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바다씬
배경음악 across the ocean도 더 이상 안듣고 있어요.
더 이상 한결이 감성에 집착하고 싶지 않고 이제
그 감성을 보내줄 떄도 된 것 같고 그래요.
지금은 Daniel Caesar의 음악들을 듣고 있어요.
제가 오래전 애들 영어과외를 한참 한 적이 있는데
그 떄 가르쳤던 중학교 남학생이 있었거든요.
독특한 애였는데 잊고 있다가 최근에 그애 카톡
프로필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멋진 청년으로 성장
했더라구요. 그 애 프로필 음악에서 발겨난 가수인데
들을 수록 그 아이처럼 독특하더라구요. 아직 어린
녀석인데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통해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게 재밌어요.
지철님을 제 머리속에서 내보내려고 열심히 집안일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일상에 충실해 봤는데 이제는
반포기 상태로 내버려두고 있어요. 지철님과 함께
있는게 일상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좁은 머리속에
같이 있다보니 뭔가 머리속이 꽉찬 느낌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요. 지철님을 좋아하는 건 맞는데 좋아하는 건
감정의 영역인데 왜 지철님이 제 가슴에 안 머무르시고
계속 머리속에 머무록 계신지 모르겠어요.
가슴이 머리보다 훨씬 넓고 확 트여서 지철님이 머무
르시기에 훨씬 편할 것 같은데. 차라리 지철님을
품고 다니는 게 머리에 이고 짊어지고 다니는 것보다
더 편할 것 같긴 한데. 왜 자꾸 지철님이 감정의 영역보다
이성과 분석의 영역에 계시는 걸까요.
지철님을 발견한 후부터 생각도 엄청 많아지고 끊임없이
제 머리 속 지철님께 말을 걸고 있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하고 정리하고.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긴 한데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네요.
처음 지철님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좋고 연애 감정도
느끼고 그랬는데 이제는 친구처럼 수다 떨고 얘기하고 싶고
여자보다는 한 인간으로 다가가고 싶은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니 지철님이 제 머리 속에서 가슴으로 내려오시면
즉시 말씀드릴께요.
지철님을 실제로 보면 가슴 두근걸고 설레고 얼굴 빨개지고
그럴려나. 아마 실제로 안만나서 머리 속에만 머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지철님이 멋있는 사람이긴 한 건 맞는데 인간적으로 더 다가
오는 건 왜일까요.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호기심이 생기고
더 알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그래요.
지철님과 오래 오래 안정적으로 함께 하고 싶은데
같이 늙어가며 이런 저런 추억을 쌓고 싶은데 자꾸 지철님이
예전에 말씀드렸던 그 아픈 인연의 사람과 겹쳐보여요.
남성적인 면에 처음 끌려서 호기심이 생긴 것도 똑같고
사람을 파다보니 여성적인 면이 자꾸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근데 문제는 제가 그사람의 여성적인 면에 질렸다는 거에요.
강단 있고 리더쉽있고 남성적이던 사람이 여리고 너무 섬세
하고 너무 예민하게 모든 걸 느끼고 눈물도 많고 잘 삐지고
진짜 그런 면떄문에 돌아버리겠더라구요. 자신의 여성적인
면 때문에 여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제 마음을 너무 잘 읽
어서 얼마나 제 정곡을 찌르며 상처를 주던지.
너무 예민하게 느끼는 그런 면이 싫더라구요. 그 사람을 알
아가고 싶었는데 있는 그대로 그를 알아가서 있는 그대로
그를 받아들이고 싶었는데 관계란 것이 화학적 작용을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지철님을 알아가는 게 좀
걱정이 되요. 지철님이 걱저오디는 게 아니라 제가 걱정이
되요. 지철님 곁에 오래도록 있고 싶은데 오랫만에 제 삶에
영향을 주는 좋은 인연을 만났는데 지철님에게 여성성이
문득 문득 느껴질 떄마다 어느날 그 여성성에 제가 싫증
나고 끌림이 없어져서 떠나갈까봐요.
다행히 지철님은 저와 직접적 교류는 없으시니 그 여성성
으로 제가 상체주지는 않겠지만, 전 지철님을 하나만
바라보니까 지철님이 너무 잘 보이고 너무 잘 느낄 것
같고 그래서 걱정이 되요.
지철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싶은데
그 사람처럼 여성성 남성성의 관계의 화학 작용이 작용되
어서 혹시 오래가지 않으면 어쩌지. 사실 좀 남성적이긴
해도 저도 여자라 남성적인 남자에게 끌리는 게 사실이거
든요. 그렇지만 저의 남성성이 또 지철님의 여성성에
끌리기도 해서 참 이런 관계의 화학작용이 뭘까 의문이
드네요. 뭐랄까 두 개가 조화홉게 어우러진다고나 할까.
씨실과 날실처럼 두개의 끌림이 지철님의 여성성과
남성성에 어우러져 지철님의 곁에 오래도록 남고 싶은
제 소망입니다. 물론 저도 있는 그대로의 지철님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함께 해 나가야겠죠.
점점 졸려져서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득해지네요.
이제 자야할까봐요.
내일 일해야 되는데 너무 늦었어요.
의식의 흐름에 따른 횡설수설을 끝까지 들어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깊은 밤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도 제 머리속 지철님을
이고 이 세상 한번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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