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보들레르 - 우울 (악의 꽃 中 우울과 이상 77장)
나는 비 오는 나라의 임금과 같구나. 부유하지만 무력하고, 젊으면서도 늙어빠진 왕. 스승들의 아첨을 거들떠보지 않고, 개에도 다른 짐승에도 싫증을 낸다. 어느 것도 그를 즐겁게 할 수 없다. 사냥감도, 매도, 발코니 앞에서 죽어가는 백성들도. 총애하는 어릿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발라드가 이 잔인한 환자의 이맛살 펴주지 못하니, 백합꽃 무늬 새겨진 그의 침대는 무덤으로 바뀌고, 군주라면 모두 미남으로 보이는 치장 담당 시녀들도 이 젊은 해골에게서 미소 한 자락 끌어낼 음란한 차림새를 더는 찾아내지 못한다. 그에게 황금을 만들어주는 학자가 그의 존재에서 썩은 독소 뽑아낼 수 없었으며, 권력자들이 늙은 날에 다시 떠올리는, 저 로마인들에게서 전해진 피의 목욕으로도, 그는 피 대신 레테의 푸른 강물이 흐르는 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