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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보들레르 - 우울 ( 악의 꽃 中 우울과 이상 78)

낮고 무거운 하늘이 뚜껑처럼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정신을 억누르고, 지평선의 둥근 테를 빈틈없이 조이며 밤보다 더 음침한 검은 햇빛을 우리에게 쏟을 때,   지상이 습기 찬 토굴로 바뀌어, 희망이, 한 마리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담벼락을 치고 썩은 천장에 대가리를 박으며 날아갈 때,   비가 그 거대한 빗줄기들을 펼쳐 광대한 감옥의 창살을 흉내내고, 더러운 거미의 말없는 무리가 들어와 우리의 뇌수 안쪽에 그물을 칠 때,  갑자기 종들이 맹렬하게 뛰쳐나와 하늘을 향해 무서운 아우성을 내지른다. 고집스럽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조국도 없이 떠도는 망령들처럼  -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 행렬이 내 넋 속에 느릿느릿 줄지어 가고, 희망은 꺽이어 눈물 흘리고, 잔인하고 횡포한 고뇌가 수그러진 ..

Today's Poem 2024.12.15

절망, 함께함,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고찰.

아는 지인과 함께 평창동에 있는 김종영 미술관에 다녀왔다. 현재 김승영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김승영 -자화상 싱글채널비디오 1999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절망하는 한 인간의 고뇌가 느껴졌다. 쓰러지는 그를 부축해 다시 일으켜세우는 건 구원의 손길이고. 절망으로 고통받는 한 인간에게 구원의 손길이란 가뭄의 단비같은 것이리라. 니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승영 - 두 개의 의자, 재 태운 나무 의자 2024위의 작품 앞 벽면에 다음과 같은 영상이 있었다.김승영 - Walk 싱글채널비디오 2020  뭔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지만 심플한 작품에서 한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삶을 함께 하며 열정적인 젊음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다 타버린 나무 의자가 된 어..

Today's Art Story 2024.12.15

안톤 슈낙 Anton Schnack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初秋의 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은 끊어져 거의 일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어느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문자를 발견할 때,  거기에 쓰여 있되 ‘이이세여, 너를 사랑하노라’ 라는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글귀를 읽을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를 읽을 때, 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씌어 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했던가?" 대체 나의 소..

Today's Poem 2024.12.15